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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Dec 17. 2017

한반도 핵전쟁 시뮬레이션

영화 <강철비> 리뷰

이제는 남북이 휴전한지 반세기도 훌쩍 넘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할때마다 외신의 반응에 비해 국민들의 반응은 무심하다. '그래, 북한은 항상 저런식으로 위협을 하려고 했지. 하지만 설마 정말 핵폭탄을 사용할까?' 하지만 그 설마가 만약 현실이 된다면?


강철비는 한반도 분단의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핵전쟁 시나리오를 줄거리로 다루고 있다. 북한이 권력세습에 의해 유지되는 체제이고, 정치적 경제적 현실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서 쿠테타가 발생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할법하다. 영화는 북한에서 벌어진 쿠테타로 인해 북한 1호가 중상을 입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북한 최정예요원인 엄철우(정우성)가 북한 1호를 안전한 장소에서 치료받기 위해 남한으로 오게 되며 시작된다. 외교안보수석인 곽철우(곽도원)은 서로 협력해야만 쿠테타로부터 북한 1호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제안을 엄철우에게 하게되고, 이로서 이름이 서로 같은 두 철우의 적과의 동침이 시작된다.


분단 국가에서 다시 핵전쟁의 위험이 닥쳐오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두 철우의 시너지와 영화 곳곳의 유머코드는 약방의 감초처럼 즐거운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나서 정우성의 연기력에 대해 새롭게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잘생긴 배우로 시작했던 그가 이제는 연기파 배우로서 복합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잘 소화시킨다. 영화가 어떻냐는 친구의 질문에 정우성의 눈빛에 빠지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고 얘기했을 정도이니까. 140분의 런닝타임은 조금 더 긴장감있게 압축하여 표현할 수는 없었는지 아쉽다. 북한 1호가 남한에 오게되는 영화 초반부에 비해 쿠테타 조직과 어떻게 핵전쟁의 위험에서 맞설지를 다루는 후반부는 긴장감이 덜하고 결국 누군가의 희생정신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의 비슷한 엔딩 같이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난 후, 제목인 '강철비'의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강철비의 영어 제목인 ‘Steel Rain’은 실제로 존재하는 클러스터형(形) 로켓 탄두의 별칭이다. 살상 반경이 매우 커서 전세계 140여개국 이상이 사용 금지협약을 맺은 무기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무기의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는 남과 북을 둘러싼 현재의 전체적인 정황이 어쩌면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무서운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중의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_양우석 감독 인터뷰 中


그러고보니, 영화속에서 실제로 강철비처럼 마치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비처럼 폭격이 작게 분산되어 흝뿌려지는 장면이 나왔었다. 굉장히 파괴력이 높은 로켓의 별칭이 강철비가 될 수 있으니, 강철비라는 말이 폭력성과 애잔한 감성이 혼재되어 있는 신비로운 느낌이다. 전쟁은, 어쩌면 하늘의 비가 물이 아닌 강철이 될 수도 있는 극도의 상황인 것이다. 잊고 있던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 강철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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