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스트스토리> 리뷰
고스트 스토리는 참 독특하고 섬세하다. '고스트'와 '사랑'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영화 '사랑과 영혼'을 떠올리지 말자. 고스트 스토리는 영상 한장면 한장면이 '비주류'의 형식을 취한다. '비주류'는 일반적으로 취하지 않는 표현방식을 일부러 사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우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스트는 어떠한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아른하게 처리되던지, 제3의 생명체스러운 신비로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스트 스토리에서 나오는 고스트는 하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우두커니 서있고, 가끔씩 물건을 움직이는 염력을 사용하는 정도이다. 할로윈 커스튬처럼 우리가 일반적으로 유령 분장을 할때 어설프게 표현하는 방식을, 대놓고 이것이 고스트라고 주장하는 연출에서부터 무언가 일상에서 뒤틀려진 아이러닉함을 강하게 보여준다.
두 명의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는데, 남자가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죽게 되자 고스트가 되어 여자와 함께 살았던 집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 고스트 스토리의 주요 내용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창백할정도로 차가운 색감의 영상에, 답답할 정도로 롱테이크샷을 계속 사용한다. 시각적으로 편집을 통해 주관적 이야기를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장소에 놓여진 카메라의 관점에서 그저 쭉- 외롭고 고독하게 관찰한다. 그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리고 고스트의 그 길고도 긴 기다림에 대한 인내심과 아픔을 공감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보여져야 하는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사운드가 굉장히 강조된다. 우리는 무엇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는가. 바로 '소리'이다. 소리에 대한 두려움, 소리에 대한 아름다움 그리고 소리로 인한 미스테리함까지.. 눈을 감고 보아도 소리로 모든 것이 표현될 수 있을 법한 영화이다.
사람들이 공간을 계속 떠나도, 유령은 한결같이 공간에서 머무르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이 영화를 통해 '공간'과 '시간'에 대한 질문을 해볼 수 있다. 같은 공간이라도 어떤 사람이 머무느냐에 따라서 다른 시간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시간을 잊기 위해 머물렀던 공간을 떠나기도 한다.
고스트는 무엇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떠난 연인이 다시 돌아올거라는 소망때문일까, 연인이 벽 모퉁이에 남겨둔 쪽지의 내용이 궁금해서일까, 그저 과거의 기억을 계속 상기시키면서 추억속 시간에서 살고 싶기 때문일까.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옆집에 살고 있는 또 다른 고스트는 "이제 그들은 돌아오지 않을건가봐"라고 얘기하면서 사라진다.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게 되면 존재는 없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미련이 없어지면 현재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다.
재미있고 친절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상실감과 공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러한 철학적인 질문에 대해 세심한 연출과 구성이 참신한 새로움을 주는 영화이다. 리뷰를 마무리 지으며 윤상의 이사라는 노래가 묘하게 고스트 스토리하고 맞는 부분이 있어 적어본다.
전부 가져가기에는 너무 무거운 너의 기억들을
혹시 조금 남겨두더라도 나를 용서해,
날 미워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