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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Jan 07. 2018

신념과 용기에 대하여

영화 <다키스트 아워> 리뷰 

가장 암울한 시간, 과연 어떤 시간이 우리에게 가장 어둡고 암울할 수 있을까. 

정치적인 상황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어두운 시간속에서, 어떤 방향과 결정으로 진행되어야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아니 승리할 수 있을까. 


<다키스트 아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이와 같은 중요한 질문에 당면한 영국 수상 윈스터 처칠의 이야기를 다룬다. '덩케르크 작전, 그 시작' 이라는 우리나라에서의 영화 홍보 슬로건처럼 프랑스에 파견한 영국 젊은 병사들이 고립되어 있고 영국마저도 전쟁 위협이 급박하게 닥쳐온 시점에서 처칠이 어떻게 덩케르크 (다이나모) 작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요 줄거리이다. 이 점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와 속편과 같은 연계성이 있는지 궁금할 수도 있는데, 시대적으로 다루는 영화의 소재가 유사 할 뿐이다. 마치 최근 개봉한 <1987>이 <택시운전사>와 시대적으로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과 같다. 


처칠은 히틀러의 서유럽 재패를 막기 위해서 영국이 끝까지 투쟁하며 싸워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젊은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이탈리아를 통해 독일과의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반대파의 주장 또한 강경하다. 전시 상황에서는 하나의 결정에 따라서 수많은 인명피해가 좌우된다. 모두가 처칠의 주장을 비난하며 질타하는 상황에서, 처칠은 영국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길을 나선다. 


전쟁 영화보다는 정치 영화에 가깝지만, 수많은 선택에 대한 갈등과 고민은 전쟁 영화 못지 않은 긴박감과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다키스트 아워>를 본 사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게리올드만의 메소드 연기이다. 이 영화를 보는 시간동안 게리올드만은 없고, 윈스터 처칠만이 존재했다. 대부의 말론 브란도,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의 계보를 잇는 명 연기이다. 특히 <다키스트 아워>는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 캐릭터였기 때문에 철저한 재현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게리 올드만은 완벽 그 이상으로 표현한다. 진정한 배우는 극 중에서 본인의 이름을 지워버릴 수 있어야 함을 게리 올드만의 윈스터 처칠을 보며 느꼈다. 


극중에서 윈스터 처칠이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 본인의 신념을 지켜내지만, 처칠을 막연하게 우상화 시키기보다는 그의 잘 알려진 특징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괴팍하고 날카로운 성격, 연설문의 단어를 하나 찾기 위한 끝없는 중얼거림, 반대파로 인한 고립과 외로움.. 결국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유럽 전선 종전 직후 처칠은 총선에서 패배하게 된 처칠은 "영원한 성공도, 영원한 실패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처칠은 달변가이자 글을 잘 쓰기로도 유명하다. 연설을 통해 수 많은 명언을 남겼고, 그가 직접 쓴 회고록은 195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국의 BBC에서 2002년에 행한 설문조사에서, 처칠은 셰익스피어와 엘리자베스를 제치고 가장 위대한 영국인 1위로 뽑혔다. 영국인들의 처칠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이 궁금해서 런던 시내 지하 벙커인 처칠 워룸(Churchill War Rooms)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말, 글 뿐만 아니라 처칠이 그린 그림, 적대국에서 처칠을 비판하고 희화시킨 캐릭터까지 그의 다양한 면모를 생동감 있게 볼 수 있었는데 <다키스트 아워>에서도 워룸에서 직접 전쟁에 대해 고민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처칠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영국은 왕실이 현재에도 존재하고, 오랜기간동안 계급사회를 유지하기 때문에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성이나 말투를 보면 상대방 가문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처칠과 영국 국왕이 히틀러를 증오했던 것이 과연 순수한 민주주의적 정의 의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천민출신의 히틀러가 미치광이처럼 전 유럽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과 그들이 지키고 싶어했던 명예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쨋거나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 신념을 지켜 낼 수 있는 용기를 <다키스트 아워>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린 결코 굴복하지 않습니다
승리가 없으면 생존도 없기 때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tJ60u7SUSw&t=8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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