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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Mar 01. 2018

나만의 작은 숲 찾기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운명을 점치기 위해서는 내가 궁금한 질문을 먼저 해야 한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며 수많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 "사랑(연애. 결혼)" 이나 "일(입학, 취업, 시험)"으로 귀결된다. 성인이 된 후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면서 지내기에,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교류하며 지내기에 일과 사랑은 나를 둘러싼 세계와 밀접하게 큰 무게 중심을 갖는다. 하지만 일과 사랑이 바로 나 자신이 될 수 있을까? 일과 사랑에 실패했다면 나는 실패한 사람인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은 남자 친구와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자신은 떨어지고, 남자 친구는 합격한다. 일과 사랑 모두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혜원은 그동안 시험 준비를 위해 편의점에서 끼니를 떼우며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문득 시골에 있는 고향집에서 잘차려진 식사를 하는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혼자 고향집으로 와서 농사일을 하고 제철 재료로 음식을 해먹으며 고향 친구들과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바빴던 일상을 떠나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단절과 휴식의 공간이 혜원에게는 고향집이었다. 어린시절 엄마가 집 앞뜰의 재료를 직접 손질해서 한그릇 가득 정성스럽게 차려주었던 음식들, 그 미각이 기억하는 따뜻하고 향기있는 추억. <리틀 포레스트>는 현대인들의 귀농 욕망을 잘 담아낸다. 하지만 마냥 농촌의 일이 평화스럽지는 않다. 애써 키우던 농작물은 굳은 날씨에 다 망가져버리고, 인적이 드문 농가는 밤에 여자 혼자 지내기에 무섭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한껏 보여주는 숲과 나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자연이 품어 낳은 과일과 채소들이 싱그럽게 식재료로 변화하는 장면은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농촌은 누구에게는 돌아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떠나는 곳이기도 하다. 혜원도 대학 합격후 농사가 아닌 다른 공부와 일을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었고, 혜원의 어머니도 혜원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자신을 찾고 싶다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시험에 실패한후 혜원은 잠깐 휴식을 취하러 고향집에 내려왔지만, 농촌에서 자연의 순리대로 천천히 먹고 생활하는 일과도 그 나름대로의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시생활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여러 가지 다른 삶들이 각자의 의미를 갖고 공존한다. 앞으로의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잠시동안의 멈춤은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사고로의 확장을 도와준다. 


<리틀 포레스트> 는 단순히 귀농 판타지만을 다루지 않고 휴식과 나만의 은신처를 원하는 현대 사회의 트렌드, 청춘의 걱정과 로망, 가족과 친구와의 갈등,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망처럼 누구나 생활에서 겪고 공감하는 이야기들을 균형감 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 그 매력이 있다. 음식 영화이자 농촌 영화이자 청춘 영화이기도 한 다채로움이 화면가득 싱그러운 전원의 풍경과 함께 한 그릇 가득 잘 차려진다. 영화를 보는 동안 건강하고 정갈한 식사를 한끼 먹은 느낌이다.  


“잠시 쉬어가도, 달라도, 평범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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