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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May 07. 2018

사랑, 그 순간의 기억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리뷰


** 본 리뷰는 무비패스를 통해 관람하였으며, 내용 스포일러를 일부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느끼는 걸까. 그 사람과의 강렬했던 추억과 감정을 못 잊고, 다른 사람과는 그와 똑같은 감정이 안생긴다면 과거의 그 사람을 못잊고 계속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그때 그 순간을 사랑하는 것일까.


<라이크 크레이지>라는 제목에서 광란의 사랑이나 특별한 사랑의 내용을 기대하지는 말자. 사실 이 영화는 아주 평범한 두사람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재만남을 다루고 있다. 영국 여자 '애나'는 미국에서 학교 수업을 들으며 미국 남자 '제이콥'을 만나게 되고 서로 첫눈에 호감을 갖게되고 연인이 된다. 하지만 애나는 영국으로 돌아가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데에도 불구하고 제이콥과 미국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택한다. 비자 만료 이슈로 문제가 된 애나는 미국 재입국이 허가 나지 않게 되어, 두 연인은 어쩔수 없이 서로 떨어져 있는 채 시간을 보내게 된다. 떨어져있는 시간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도 낯설게 느껴지면서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 하지만 각자 다른 사람과 사귀어도 애나와 제이콥이 처음 사귀었을때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재결합을 시도한다.


비자만료 전에 비자 문제 해결이 우선되어야 하는게 상식적인데도, 어린아이 투정부리듯 그저 남자친구와 미국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하는 애나의 모습은 순수하기보다는 답답해 보인다. 제이콥이 애나를 잊지 못도 이해하는 사만다나 삶의 잃어버린 퍼즐을 찾았다며 정중하게 부모님을 모신 상태에서 애나에게 청혼을 하는 사이먼의 입장에서 보면 애나와 제이콥은 너무나 이기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비논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의 이유를 사랑 때문이라고 해두자. 드디어 비자 문제가 몇년에 걸쳐 간신히 해결되고 재만남한 그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사랑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과 가족을 떠나 미국으로 온 애나는 직장을 구하는 것 부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둘은 다시 만나게 되어 서로 안고 있는 순간에도 현재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만나서 연애했을때, 즉 과거에 만났을 때의 상대방의 모습을 떠올린다.


여러 사람과 똑같은 사랑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동일한 상대와 시간이 흐른 상태에서는 똑같은 사랑이 가능할 것일까. 중간에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 사이는 변함없이 지속될 수 있었을까. 사랑의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을 이 영화는 헤어진 연인의 재회를 성사시킴으로서 영화 속에서 현실화 시켜주지만 마지막씬을 통해 그것이 해피엔딩이 아닐 수 있다는 여운을 보는이에게 남긴다. 나는 너를 사랑한 것보다 그 순간을 사랑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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