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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Mar 11. 2018

위대한 영화의 이면에는 위대한 작곡가가 있다

영화 <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 리뷰


영상과 사운드는 영화에서 불가분의 관계이다. 영상의 이미지가 공기의 파동으로 전달되는 음악과 결합되었을 때 관객에게 전달되는 감정은 극도로 증폭된다. 영화 <스코어>는 '위대한 영화의 이면에는 위대한 작곡가가 다'라고 적힌 영문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 영화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 음악과 관련 된 작곡가, 엔지니어, 감독 등 엔딩 크레딧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터뷰 대상자를 보니 어림잡아 50명 이상은 되는 듯 싶었다. 영화의 구성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양한 관점에서의 영화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 기쁨, 어려움, 고민, 명곡에 대한 의견, 영화음악에 대한 과거와 미래 등 - 몽타주 형식으로 계속 펼쳐진다. 구성에 따른 스토리라인이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만담처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언어 속에서 공감도 하고, 흥미도 갖고, 새로움을 알 수 있게 되는 객관적인 다큐의 형식에 충실한 영화이다.



영화 음악은 촬영과 편집이 끝난 상태에서 '스파팅 세션'을 통해 작곡가와 감독, 그리고 관계자들이 모여 영화를 보면서 어느 장면에서 어떤 곡이 들어갈지 정하면서 논의하는 상태에서 시작된다. 한스짐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식'이다. 작곡가 입장에서 영화는 카메라 앵글, 컷과 같은 인위적인 요소의 집합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과 많이 다르다. 그래서 영리한 방법으로 익숙한 것을 끌어내야 하는데 '모티브'처럼 영화음악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멜로디를 통해, 반복하거나 변주를 통해 주요 장면에서 같은 모티브를 사용함으로서 서로 다른 장면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관객에게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영화 음악가는 영화의 맥락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감독이 불안해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영상이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음악으로 전하고, 흥미로운 장면을 더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에서 많은 작곡가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기 보다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면서 작곡하는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 기술이 많은 것을 변화시켰지만 감성을 다루는 음악에 있어서는 컴퓨터보다는 다양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소리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영화음악 작곡가들은 말한다. 내가 들었을 때 소름이 돋을 수 있을 정도로 나를 만족시켜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라는 얘기에서는 완벽주의적 성향 못지 않게 관객과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작곡가는 영화관에서 영화가 아니라 맨 앞줄에 앉은 관객을 관찰하며 자기가 의도하면서 작곡한 음악이 관객에도 비슷한 효과를 있는지 종종 확인한다고 했다. 화장실에 가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이 음악을 흥얼거리는지도 흥미롭게 지켜보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보이지 않지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기쁘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등장하는데,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게 되면 기계가 아닌 이상 여러사람이 동시에 똑같이 연주할 수 없고 약간의 코러스가 생긴다.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오류때문에 오케스트라에 영혼이 있는 것 처럼 아름다운 이유가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대 음악은 계속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한스 짐머는 영화음악 작곡가의 책임감에 대해 "우리가 지구에 남은 마지막 오케스트라 음악가"라고 얘기한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카메룬 감독의 제임스 호너를 기리는 인터뷰 영상이 나온다. 타이타닉과 관련된 에피소드인데, 이제 고인이 된 제임스 호너를 생각하면 이 작은 에피소드 하나도 무척 마음 짠하다.


다큐멘터리의 힘은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게 해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다큐에서 감독은 한발자국 앞이 아닌 뒤에서 머물러있으면서 그저 이야기를 들을 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영화에서의 마지막 자막으로 나오는 코멘터리가 이 영화의 전부를 알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작곡가, 음악가, 기획자, 스튜디오, 편곡자, 오케스트레이터, 믹스 엔지니어 등 음악의 힘을 이해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들에게 바칩니다."


https://youtu.be/0cBN2xb5mwY

영화의 마지막 엔딩크레딧에서 나오는 제임스 호너 관련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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