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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Jun 09. 2018

무의식적 편견으로 인한 비극

영화 <디트로이트> 리뷰


미국에서 한 흑인이 자동차에서 물건을 꺼내려는 행동을 했다. 이 모습을 보고 총을 꺼낸다고 생각한 백인 경찰관이 흑인에게 총을 쏘았고, 인종차별 시위로까지 이어진 사건이 있었다. 흑인은 폭력적이고 범행을 저지르기 쉬울 거라는 무의식적 편견이 무고한 사람을 가해자로 만들게 되는 비극적인 사건은 아직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인종차별에 대해 자유로울까?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거리를 위험한 지역으로 생각하는 인식, 한국에서 살고 있는 동남아사람들은 가난한 노동자라는 생각, 장애인에 대한 편견 등 인종, 나이, 성별, 국적, 신체적 특징에 따라서 사람에 대한 수많은 무의식적 편견을 갖고 있다. 나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차이를 인정하기 보다는 나의 세상을 위협하는 '적'으로서 분류 하는 것이다.


영화 <디트로이트>는 1967년 미국 미시간주의 디트로이드에 있는 알제모텔에서 발생한 백인경찰의 흑인 살해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1960년대는 미국 남부에 거주하던 흑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상업도시로 이주를 했고, 백인과의 사회적 충돌과 폭력이 극심하던 때이다. 흑인들이 모텔에서 파티를 하면서 쏜 장난감 총 소리에 백인 경찰이 출동해서 과연 누가 총을 쏘았는지 심문을 한다. 실제적인 총은 없었던 상황이지만 흑인들이 총을 쏘았을 거라고 강하게 맹신하는 경찰과, 피해자가 가해자로 역할을 해야하는 모텔 투숙객들의 공포와 두려움이 대립구조로 생생한 현장감과 긴장감을 보는이에게 전달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인종 차별에 대한 비극적인 사건이 전부이지만, 사건에 연루되어있는 캐릭터 한명 한명의 개성을 살리는 연출의 힘이 돋보인다. 특히 흑인 경찰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기도 하고, 백인 경찰의 인종차별적인 행동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백인을 보여주며 선과 악을 단순히 흑과 백으로 이분화 시키지는 않았다. 흑인 폭동으로 인해 무법지대가 된 도시에서 흑인들만 투숙하고 있는 모텔에서 들린 총소리는 그것이 아무리 장난감총이었다고해도 경찰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한 행동이었다. 적어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을 살해해서는 안된다는 윤리를 백인 경찰도 안다. 한사람씩 심문하면서 총을 쏘지만 실질적으로 죽이지는 않고 위협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흑인과 백인 양쪽의 입장에 대한 행동의 개연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 사건을 비극적으로 만든 이유는 백인 경찰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진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모텔에 총이 없을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 증거가 없어도 증거를 만들어야만 했다.


디트로이트는 수많은 무의식적 차별과 관련된 사건 중 하나일 뿐이다. 무의식적 차별은 내가 차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채 차별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더 크다. 권력의 힘 앞에서 수많은 인권과 생명, 그리고 자유가 억압되어 왔고 무의식을 의식화하려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디트로이드는 흑인 인종차별에 대한 이슈를 너머  5.18 민주화 운동에서부터 최근 미투 운동까지 수 많은 인권 문제를 상기시킨다.


오늘 밤 살아남야해  
I need you to survive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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