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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Jun 10. 2018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포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리뷰 


*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한 영화이며 내용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영화를 보기전에 무척 미스테리하게 느껴지던 영화다. 영화의 제목부터 도대체 무엇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인가? 얼굴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없는 소년의 모습으로 가득찬 포스터, '당신을 못박아 둘 영화'라는 마케팅 문구, 수많은 영화제의 수상작이라는 내용까지도 영화 내용에 대한 명확한 단서는 없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렇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감추려고 하는 마케팅적인 형식이 역설적으로 영화의 내용과 잘 부합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가정폭력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영화는 11살 아들 줄리앙의 양육권에 대해 주장하는 부부의 변론의 모습부터 시작한다. 강건하게 남편의 아이에 대한 접근을 반대하는 미리암의 태도와는 달리, 줄리앙의 아빠인 앙투안은 아들을 사랑하고 있고 오히려 여자가 자신에 대한 오해를 아이에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법정에서는 일정기간마다 앙투안을 만나라는 판결을 내린다. 이후 앙투안과 가족들이 만날때마다 어떤 불안감과 긴장감을 가족들이 느끼고, 앙투안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여주면서 영화는 점점 불안과 긴장이 가득찬채로 목숨을 위협당하는 상태까지 고조되어 진행된다. 


앙투안이 아들 줄리앙의 양육권을 주장한것은 사실 아들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부인 미리암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다. 앙투안의 행동과 발언은 가족을 사랑하고 책임감을 갖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미리암을 스토킹하고 폭력을 행하는 자로, 언제 어떻게 돌발행동을 할지 몰라서 주변 사람들이 계속 두려워하는 존재이다. 타인이 아닌 가정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서는 가족간의 분쟁이나 오해정도로 은폐당하고 타자가 관여하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영화 시작무렵에 미리암이 아들에 대한 남편의 접근을 강하게 반대해도, 아버지라는 관계는 특별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서는 아들을 만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 상황과 환경에 깊이 관여되지 않은 이상 가정 폭력의 증거를 찾기도 어렵고, 법적인 보호도 생명이 위협되는 정도까지 치닫아야 간신히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앙투안의 총격에 울며 흐느끼는 미리암에게 앙투안이 체포당한후 경찰은 수화기 너머로 '이제 끝났습니다. 안심하십시오'를 계속 얘기하지만, 미리암과 아들 줄리앙의 흐느낌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정말 이제는 끝난 것일까? 아니, 그저 하나의 사건만 종결되었을 뿐 그의 폭력이 언제 어디서 다시 나타날지, 또 이를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가정 폭력의 은밀함과 더 치열한 폭력성, 그 불안한 감정을 엄마인 미리암 뿐만 아니라 어린 아들 줄리앙의 관점, 그리고 딸 조세핀의 시선으로도 다양하게 담아낸다. 특별한 효과음이나 배경음악을 쓰지 않고도 모든 씬에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연출의 힘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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