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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Jul 08. 2018

빡센청춘 스웩있게

영화 <변산> 리뷰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청춘을 흔히들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들에게는 청춘이라는 그늘이 힘들 수 밖에 없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사랑 때문에 운다. 그래, 10년후 20년후 쯤에 돌이켜 볼때는 아름다울 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그 청춘이라는 시간을 겪는 청년들은 어떤 미래를 그래야 할 지 캄캄하다. 


변산을 처음에는 랩퍼가 주인공이라고 들어서 음악 영화로 생각했었다. 랩은 주인공이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일 뿐, 변산은 온전한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를 잘 써서 촉망받는 문학도였던 학수는 서울로 올라가 랩퍼를 꿈꾸며 쇼미더머니에 도전하지만 계속 낙방하고 만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고향인 변산으로 갑자게 가게 되는데, 고향 친구들을 만나며 잊고 싶었던 과거의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변산에서는 청춘을 랩과 시라는 상반되는 메타포로 풀어나간다. 랩이 현실에 대한 반항과 괴로움을 풀어내간다면, 시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미래에 대한 또 다른 꿈을 의미한다. 변산이 다른 청춘물과 차별화된 독특한 점은 랩과 시처럼 동시대적이면서 구시대적인 요소를 함께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창시절의 관계가 현재의 관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등학교 때 시로 감정을 표현하던 학수가 이제는 랩으로 표현한다는 점, 조폭이었던 아버지를 싫어했던 학수가 조폭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게 되는 아이러닉함 등 과거와 현재의 연계고리가 코믹하게 잘 엮어졌다. 무엇보다도 현실의 어려움에서 도피하지말고 즉면하자는 메시지, 그리고 닳고 닳았던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주연배우 박정민이 처음 시나리오를 보았을때 래퍼가 주인공인데 '서교동'정도는 되어야지 '변산'이라는 이름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주인공이 고향인 변산으로 갑자기 내려가면서 전개되는 이야기 덕분에 전라도 변산의 사투리가 영화속에서 감칠맛나는 언어로 재구성되어 변산의 또 다른 개성을 부여한다. 강한 캐릭터 몰입을 보여주는 박정민, 그리고 스스로 못생겨보이기 위해 8kg의 체중증량을 했다는 김고은 등 배우들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꿈도 희망도 없이 이리저리 치이며 생활하는 학수에게 선미는 값나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진 말라는 이야기를 던진다. 영화 속에서 이 말에 대한 여운이 크게 남았다. 청춘이 잃지 말아야 할 자존심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완성된 것만을 부러워하며 미완성인 자신의 모습에 위축되고 슬퍼하기 보다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고 나 자신을 후진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값나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진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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