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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Aug 24. 2018

모든 것이 웹으로 기록되는 세상

영화 <서치> 리뷰



죽은 사람도 온라인에서는 살아 있을 수 있다.


돌아가신 친구 아버지의 블로그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거문고와 풍류를 즐기는 분이라고 막연하게 알고만 있었는데 블로그에 있는 수십편의 시를 통해 그분의 생각, 취향, 성격을 느길 수 있었다. 또한 지인들의 댓글로부터 타인과의 교류와 소통을 어떻게 하셨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 블로그를 보면서 나의 아버지가 블로그를 하셨다면 좀 더 아버지에 대해 내가 더 알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순간의 기록을 이미지와 간단한 텍스트로 SNS에 남기곤 한다. 일기장보다 더 편하고 즉흥적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SNS는 이제 웹서핑처럼 하나의 습관과 같은 생활이 되었다. 지인의 최근 근황이 궁금할 경우 따로 메시지나 전화를 할 필요도 없다. 카카오톡에 업데이트 된 프로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최근 어떻게 지내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링으로 검색을 해보면 알고 지내던 사람도, 새로 알게된 사람도 취향과 생활을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는 세상이다.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온라인 세상


영화 <서치>는 현대인들의 온라인 검색과 SNS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다. 잃어버린 딸을 찾는 아빠의 애닲은 노력은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다루어진 플롯이지만 서치는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해결해나간다. 영화가 보여지는 형식 자체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스크린 세계이다.


<서치>는 컴퓨터를 켰을 때 나타나는 윈도우의 초록색 언덕 바탕화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컴퓨터의 스크린, 그리고 영상통화 할때마다 상대방과 나의 모습이 보여지는 카메라 화면, CCTV에서 녹화되는 화면, 타이핑으로 이야기하는 챗화면, 그리고 TV 방송 화면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스크린'이라는 형식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영화 스크린에 풀로 펼쳐지는 디지털 기기들의 스크린 화면이 낯설지 않다. 대화보다는 메시지로 감정 표현하는 것에 길들여진 우리의 현실을 영화 <서치>는 현실적으로 디테일하게 연출해낸다. 메시지를 보낼 때 장문의 글을 처음에는 길게 썼다가 다시 내용을 지워 짧게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이라던지, 아무것도 없었던 바탕화면이 파일을 검색해서 찾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파일들로 어지럽게 뒤덮이는 장면을 보면 사람들의 디지털 기기 행태를 세심하게 관찰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디지털로 기억되는 시간


아빠 데이빗은 딸 마고가 태어났을 때부터 사진과 영상으로 추억을 기록한다. 어느날 딸 마고로부터 연락이 되지 않자 데이빗은 딸의 노트북에서 온라인으로 딸의 SNS로부터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하나, 둘 밝혀지는 마고의 오프라인과 온라인 친구 한명 한명에게 연락해가며 딸의 행방을 찾아 나간다.


온라인에서의 캐릭터는 조작될 수도 있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친밀도가 다를 수 있다. 영화 <서치>는 온라인 관계의 이면성 또한 잘 보여준다.


삶 속에 녹여져있는 디지털 라이프를 형식 그대로 전면적으로 내세운 독특한 내러티브 형식, 계속되는 반전이 있는 스토리적인 흥미로움, 그리고 디지털로 모든것이 기록되고 기억되는 우리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영화다. 극중 주인공 가족이 한국계 미국인이라서 한글 텍스트가 써져있는 폰의 연락처를 보는 것 또한 부수적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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