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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Sep 10. 2018

가장 행복했던 날, 우리는 헤어졌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 리뷰

사랑은 무조건 좋기만 한 감정일까? 강렬한 감정일수록 많은 감정들이 켜켜이 쌓이기 쉽다. 이별에 대한 두려움, 사적인 이야기에 대한 부끄러움, 성격차이에 대한 갈등 등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과 같다.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또한 사랑을 할 때는 몰랐지만 이별 후에 깨닫게 되는 감정이 있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는 사랑했지만 사랑에 대해 서로 미숙했었기 때문에 이별을 했던 연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학교 모임에서 서로 첫 눈에 반하게 된다. 바이올린 전공인 플로렌스와 역사학도 에드워드는 집안의 환경도, 가족 관계도, 좋아하는 음악도 서로 다르다.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결혼을 하게 된 이 둘에게 뜻밖의 심한 갈등이 찾아오게 되는데 바로 성관계에 대한 서로의 입장 차이 때문이었다. 두려움과 낯섦 사이에서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서로에게 상처와 부끄러움만을 안겨준채로 그렇게 끝나버린다. 가족과 환경의 차이처럼 서로의 다른 입장을 이해할 수는 없었을까. 플로렌스는 과거의 기억으로 인한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했고, 에드워드는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분리하려는 플로렌스를 이해할 수 없었다. 긴 사랑의 추억에 비해 이별의 순간은 너무나 짧았다. <체실 비치에서>는 결혼식날이라는 가장 행복해야 할 시간에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도록 하여 그 당황스러움을 극적으로 몰고 간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의 스토리는 남녀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의 순간이 전부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만들어주는 시각과 청각적인 요소들이 훌륭하다. 정원과 바닷가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들, 인물의 의상색과 배경과의 조화 등 시각적인 색감과 구성이 수채화를 보는 듯 하다. 또한 실내악 클래식 곡을 배경 음악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데, 바이올린 선율은 여주인공 플로렌스의 심리와 두 인물의 사랑과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영화 홍보를 위해 댄 존스 음악감독과 OST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맡은 에스더 유가 내한해서 라이브 연주를 들려주는 시네마톡(GV)을 진행 한 것도 영화에서 음악에 대한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실 비치에서>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단편적인 모습들은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같다. 아름답게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시간들이, 한 순간의 오해로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리게 되는 경우를 종종 겪지 않았던가.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좀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했었다면 미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조약돌로 가득한 체실 비치는 걸을 때 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는 조약돌들이 서로 부딪혀 소리가 나는 것도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과 비슷하다. 순수했지만 미성숙했고, 아름다웠던만큼 슬펐던 첫사랑의 기억을 <체실 비치에서>는 바이올린의 비브라토처럼 긴 여운과 함께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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