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바꿀 터
영화 <명당> 리뷰
언젠가부터 부동산이 대한민국 모든 이들의 꿈이 되어버렸다. 아파트 시세의 상승으로 억단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은 현실적인 로또처럼 느껴진다. 집이 없는 자들은 집값이 떨어지길 기대하고, 집이 있는 자들은 집값이 더 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에 대한 희비가 연일 뉴스에 나온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으면 그때 그 땅을 오르기전에 내 소유로 만들었어야 했다. 돈의 상징 땅, 과연 대박이 났던 그 땅을 가질 수만 있었다면 나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영화 <명당>은 부동산에 대한 이해관계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풀어나간다. 조선에서는 돌아가신 조상의 묘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선조의 터가 명당이어야 후손들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믿음때문이다. 풍수론에 기반하여 집터와 묘터를 정하거나 길흉을 평가하는 지관 박재상은 명당을 이용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김좌근의 계획을 막으려다 가족을 잃는다. 지관 박재상에게 몰락한 왕족 흥선은 함께 김좌근의 세력을 몰아낼 것을 제안하고, 김좌근 부자와 흥선은 두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찾기 위해 애쓴다.
<명당>은 주피터필름이 제작한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로 이전 작품인 <관상>과 유사한 설정이 많다. 권력을 탐하는 정치가들은 풍수론과 관상같은 사상과 점법에 의존하고, 실제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관상>이 역학과 정치, 역사를 잘 엮은데 반해 <명당>은 <관상>과 비슷한 맥락의 영화라는 점 외에는 특별히 차별화 되는 스토리나 연출의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 현재의 부동산 열풍과 연계시킬 수 있는 풍수지리학적 내용이나 지관이라는 직책에 대한 새로움을 잘 부각시켰으면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화려한 캐스팅만큼 배우들의 호연은 안정적이지만 캐릭터의 새로운 발견이나 놀라움은 없었다. 땅에 대한 집착과 탐욕, 그로 인한 파멸이 담담히 예측되는 기승전결로 전개된다. 추석때 즐기기에 괜찮은 역사물이지만 명품 사극이라고 부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