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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Oct 26. 2018

뭉실한 미스터리

영화 <펭귄 하이웨이> 리뷰

우리 동네에 펭귄이 나타났다. 펭귄은 남극에만 사는 것이 아니었나? 그 펭귄이 어떻게 나타났나 궁금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누나가 캔콜라를 던지면 갑자기 콜라가 펭귄으로 변신했다. 누나는 웃으면서 수수께끼를 풀어보라고 얘기한다. 나는 과연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귀여운 소년과 펭귄의 포스터가 펭귄 하이웨이의 첫인상이었다. 소년의 성장 모험담에 귀여운 펭귄이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영화를 보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동화가 아닌 공상과학의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콜라 캔이 펭귄으로 변신하는 엉뚱한 상상력은 기분좋게 미소를 짓게하기도 했지만, 영화는 점점 미스테리를 해결시키기 보다는 계속 중첩시켜가면서 전개된다. 미스터리함은 영화가 끝나도 뭉실하게 남아있다. 소년이 첫사랑인 누나의 특정 신체 부위만을 계속 언급하는 것청소년 시절의 자연스러운 욕망임을 감안하더라도 불편하게 느껴다.



작화 스타일을 통해 조성된 기대치와 실제 작품에서 지향하는 내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더 큰 어리둥절함을 남겨다. <펭귄 하이웨이>의 원작은 모리미 도미히코가 2010년 제31회 일본 SF대상을 수상했던 동명의 소설이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다른 소설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애니메이션화 시킨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작품과 <펭귄 하이웨이>를 비교해보면 좀 더 아쉬움이 크다. 이성적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판타지 내용을 다루고 있는 두 작품에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작화적인 상상력과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작품의 내용과 잘 어우러졌다면 <펭귄 하이웨이>는 영상미와 내용이 따로 분리 된 인상을 준다. 왜 펭귄이고, 누나의 정체는 무엇인지 소년은 깨달은 듯 하지만 관객은 알 수 없다. <펭귄 하이웨이>의 미스테리는 관객과의 '공감'을 잘 이끌어 내지 못했다. 내용과 형식을 분리해서 생각해보면 개별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연결했을 때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창작물에 원작이 원래 있는 경우, 창작물이 너무 재미있어서 원작을 찾는 경우도 있고 아쉬움이 많아서 원작이 궁금한 경우가 있다면 <펭귄 하이웨이>는 후자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소재의 내용을 소설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여러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무표정한 펭귄은 여전히 귀엽다. 소년처럼 논리와 이성을 들이대지 말고, 왜 내가 변신했는지도 모르는 펭귄의 시선으로 그저 풀밭과 바다를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는 재미 위주로 영화를 본다면 좀 더 흥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을지도.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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