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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Nov 05. 2018

Don't stop me now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후기 (시사회) #1

퀸팬으로 더 이상 해보고 싶은게 없어


좋아하는 뮤지션을 얘기 할 때 내가 퀸팬으로 더 이상 해보고 싶은게 없다고 하면 듣는 사람은 깜짝 놀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더 이상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망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인가. '팬'이라는 호칭에 대한 만족의 수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몇곡의 히트곡을 좋아해도 팬이 될 수 있고, 24시간 스타의 행적을 따르는 사람도 팬이다. 광적인 수집광이나 정보통은 아니었지만 퀸의 음악을 정말 좋아했다. 퀸 팬클럽 운영, 퀸 트리뷰트 밴드 활동, 프레디 머큐리의 발자취를 찾으러 떠났던 해외 여행, 영국에서의 퀸 콘서트 관람 등 소소하게 퀸팬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은 그냥 저질렀다. 바람만 불어도 일렁이는 감성의 10대에는 프레디 머큐리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날씨가 좋아도 슬펐고, 나빠도 슬펐다. 대학생 시절에는 퀸 음악 자료를 올리겠다고 밤낮으로 넵스터에서 음원을 찾아 동호회에 업로드 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이런저런 관심사의 변화와 세월의 적층 속에서 퀸과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은지 오래이다. 하지만 유리병에 접어둔 종이 학처럼 그렇게 조용히 내버려 두었던 퀸과 나의 추억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개봉을 계기로 다시 생각나기 시작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나는 현재 두번 보았고, 앞으로 세 번을 더 볼 계획이다. 시사회와 MX관을 보았고 이번 달중에 IMAX(GV), Screen X(싱얼롱), 단체 대관 관람을 할 예정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이 볼 생각은 아니었는데, 시사회에서 한번 보고 나니 영화관별로 특화되어 있는 특수관에서의 관람 경험이 궁금해졌다. 같은 영화를 반복해 보기 보다 못본 영화를 하나 더 보는 것을 선호했던 내가 한가지 영화의 n차를 영화관에서 보는 건 처음 이다. 무조건 저렴한 일반관 관람을 고집했던 내가 특별관을 모두 클리어하는 일도 새로운 시도이다. 이런 특별한 경험에 대해 한 영화에 대한 리뷰를 상영관별로 5번을 써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영화리뷰를 나와 퀸의 추억을 함께 한다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그리하여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리뷰를 퀸과 함께 했던 나의 시간에 대한 라이프로그가 결합된 <어느 퀸팬의 고백> 을 시리즈로 진행하려고 한다. 첫번째로 <보헤미안 랩소디>의 시사회 리뷰와 퀸을 처음 좋아하게 된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다루어 본다.

보헤미안 랩소디 - 시사회 리뷰  


퀸팬이라면 개봉 전에 시사회를 가봐야 하는것 아닌가? 라는 생각에 시사회를 열심히 찾아 보았다. CGV VIP 시사회 - VIP가 아니니 패쓰.. 보헤미안 랩소디 시사회로 나오는 이런저런 이벤트에 응모를 해봤지만 꽝.꽝.꽝. 퀸 로고가 새겨진 기타 피크까지 주는 싱얼롱 시사회의 리뷰를 찾아 보고 감탄을 했다. 시사회의 재미 중에 하나는 홍보 굿즈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시사회 검색을 계속 하던 중에 네이버 한 개인 블로거가 명동 CGV의 시사회 초대를 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개인 블로거의 시사회 초대는 응모도 당첨도 처음이었다. 정말 영화를 볼 수 있는 건지 의구심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극장에서 표를 전달 받고 시사회로 개봉 전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다. 혹시나하고 기대했던 굿즈는 없었지만 ㅎㅎ


영화에 대한 첫 감상 평은 '이거 꽤 잘만들었는데?' 였다. 퀸의 음악, 백스테이지의 모습, 명곡의 탄생, 프레디의 삶과 사람들을 잘 밸런싱있게 잘 믹싱되었다. 특히 쏟아지는 별과 같은 명곡의 향연은 놀라웠다. 영화가 끝나도 음악은 잔향처럼 남아있었다.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거의 모든 관람객들이 자리에 앉아 계속되는 퀸의 음악을 감상하였다.


특히 라이브 에이드의 수많은 관객씬과 그들을 사로잡는 퀸의 공연은 공기마저도 음악에 몰입하게 만든다. 명공연의 리얼 콘서트 사운드가 주는 현장감이 대단하다. 실제 공연에서는 못 보았던 프레디 머큐리의 관점, 퀸 멤버들, 스탭들, 관객의 인터렉션 하는 씬들이 결합되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프레디 머큐리 역할의 라미 말렉은 립싱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프레디 머큐리와 외모를 더 비슷하기 위해 착용한 마우스 피스도도 어색했지만 퀸의 라이브 음악은 그런 오점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았다.


일반관에서 영화를 볼 때 사운드 탓을 한적은 없는데 보헤미안 랩소디는 일반관에서 보면서 밋밋한 소리 볼륨과 밸런스가 아쉬웠다. 안되겠다. 곰국 끓여먹듯 아이맥스나 사운드 특화 관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이차, 삼차 계속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사회는 전반적인 영화에 대한 만족과 더불어 n차 관람을 다짐하게 되는 intro와 같은 영화로 정리되었다.



Don't Stop Me Now


영화가 끝나면 퀸의 'Don't Stop Me Now' 공연 장면이 자막과 함께 보여진다. 내가 처음 퀸을 좋아하게 된 바로 그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gzGwKwLmgM

 

중고등학교 시절 가요보다 팝송을 좋아했지만 인터넷 활성화 되기 전인 90년대 초중반에는 팝송을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많지 않았다. 우리집에는 AFKN이나 MTV가 나오지 않았고, 배철수의 음악 캠프나 EBS 영어회화에서의 팝송시간을 기다리며 락앤롤을 즐겼다. 아쉬움이 많던 내게 너무나 반갑게도 팝아티스트를 매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이 KBS에 생겼다. 그 방송을 즐겨 보던 어느날 퀸 특집 방송이 소개되었고,  Don't  stop me now 의 밝고 흥이 넘치는 리듬과 멜로디에 빠져버렸다. 너무나 즐겁게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프레디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퀸의 We will rock you나 We are the champions와 같은 곡들은 너무 익숙해서 심드렁했었다. 하지만 하나하나 새롭게 알게되는 퀸의 곡은 다채롭고, 신비로웠다. 나도 모르게 덕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퀸이 궁금했다. 하나 둘 퀸의 앨범을 모아가면서 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처음으로 산 앨범은 베스트 앨범이었다. 그 후 Don't stop me now가 수록된 Jazz, Bohemian Rhapsody가 수록된 A Night At The Opera 등 베스트 앨범에서 좋아하는 곡이 수록된 앨범 위주로 콜렉션을 했다. 20장 가까이 되는 앨범을 모으고 나니 퀸팬의 자격이 주어진 것 같았다. 퀸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 깊었다. 퀸에 홀릭했던 시절 프레디 머큐리를 직접 만날 수 없는 사실이 슬펐다. 밤에 달이 휘둥그레 밝아도 프레디가 생각났다. 퀸이 내한해서 공연하는 꿈, 프레디와 내가 만나는 꿈을 꾼 적도 있다. 꿈에서 만난 프레디에게 내가 한 질문은 '죽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였다. (왜 이런 실례되는 질문을 했는지..) 그때 프레디는 대답으로 말 없이 어떤 음악을 틀어주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장 좋아하는 락밴드에 대해 퀸이라고 대답하게 되었다. 그래미 히트곡을 모두 섭렵했던 고등학교 시절 수 많은 다른 명곡도 많았고 좋아하는 뮤지션도 많았지만 모든 앨범을 소장 할 만큼의 열정을 갖진 못했다. 퀸은 나의 락음악에 대한 열정, 그 모든 것이었다.



2부 'Bohemian Rhapsody'에서 MX관 후기가 계속 됩니다. :)


https://brunch.co.kr/@joeco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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