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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Mar 01. 2019

욕망의 탐닉에 대한 감각적 풍자

영화 <그때 그들> 리뷰


돈과 권력, 그리고 아름다운 부인도 있지만 끝없이 욕망하는 자가 있다. 성공을 꿈꾸며 그에게 다가가는 사람, 그리고 그의 열망을 비판하는 사람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져서 인간의 욕망에 대한 단편을 보여준다.


<그때 그들>은 이탈리아의 전 총리이자 최악의 이슈메이커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실비오와 그의 주변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비판받았던 그의 여성편력과 망언, 부정부패 행각이 나온다. 하지만 영화 서두에 본 영화가 작가적인 상상력을 덧붙인 점을 강조하는 것처럼 씁쓸한 현실 위에 감각적인 비주얼과 편집을 통해 당의정처럼 달콤한 블랙코미디로 만든 영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시각적 편집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음악적 효과도 인상적이다. 일렉트릭 댄스 음악(EDM)은 성적인 유혹과 탐닉을 마치 뮤직비디오나 CF의 한 장면처럼 느끼게 하고, 칸소네 스타일의 노래는 이탈리아의 지역적인 특징을 살리면서도 권력가가 갖는 여유로움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실존 인물에 대한 풍자 영화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게 진행되기 쉬운데, 사실의 소재만을 빌려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낸 점이 경이로웠다. 인물에 대한 풍자를 관객에게 직접적인 비판이 아니라 비유적으로 나른한 환상처럼 전달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욕망들이 계속 이미지 몽타주처럼 스쳐 지나간다. 성공을 탐닉하는 감각적 욕망의 파티에 파란 약을 한 알 먹고 관찰자로 주시하다가 붕괴된 성당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 상을 구하는 모습에 마치 약기운이 빠지면서 현실로 되돌아오게 된다. 성공과 욕망의 연속적 삶 속에서 우리가 지키고 소망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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