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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Jun 07. 2024

#9 출간 제안을 받았다.

<기획자의 SQL> 출간기 (1/4)


지난 2년간 집필했던 SQL 도서가 이번에 출판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474520


 돌아보면 책의 분량을 미루어 보았을 때 "2년이나 걸렸구나" 싶은데 책을 하나 세상에 낸다는 일은 여러 사람들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전체 과정을 한번 경험해 보니 책 쓰는 작가 분들에 대한 리스펙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처음해 보는 일이고 일과 병행하다 보니 쉽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완성이 되었는데 그 과정을 개인적으로도 지금 시점에서 리캡 하면 좋을 것 같아서 4회에 걸쳐서 <기획자의 SQL> 출간기를 정리합니다.




 

2021년도 여름 브런치를 통해서 출판사 인사이트로부터 제안 메일 한통을 받았다. 



인터뷰와 집필 제안


 '기획자/마케터를 위한 SQL'이라는 주제로 책을 기획 중인데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인터뷰가 가능한지 물어보는 메일이었다. 인사이트는 <린스타트업>으로 원래 잘 알고 있던 출판사이기도 했다. 실제로 예전에 스타트업 재직 시에 닳도록 (진짜로 닳았다.) 읽은 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또한 비개발 직군의 SQL 활용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어떤 질문들을 하실지 궁금하기도 했고 인사이트의 책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었기 때문에 나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인터뷰하고 싶다고 긍정적으로 회신을 드렸었다.


 그냥 아는 것을 말씀드리고 오면 되겠지, 재미있겠다 하는 마음으로 약속한 날의 저녁에 인사이트 사무실에 도착했었던 것 같은데 분위기가 살짝 달라지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인 인터뷰 같은 게 진행되었던 것 같다. 인터뷰 질문지 같은 서류도 준비되어 있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고 날카롭게 물어보시는 질문들도 많이 받아서 진땀을 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와 이런 질문까지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고민하던 얘기들을 말할 수 있어서 좋다" 하는 생각도 들어서 좋았다.


 인터뷰 마지막에는 집필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셨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주제여서 고민 후에 말씀드려도 될지 양해를 구했었다. 물론 당시에 제안을 듣고 속으로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쓴다는 일이 그때만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보통 지금까지 내가 봐온 기술 도서의 저자들은 경력이 기본 몇십 년 정도는 되거나 한 분야의 구루인 전문가, 교수 이런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제안은 너무 감사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일지 판단을 해보고 싶어서 에디터님께 출판 과정을 한번 간략하게 리뷰해서 전달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기도 했다.


 이런저런 얘기가 끝나고 잠시 사무실을 구경시켜 주신다고 해서 에디터님을 따라다녔다. 인사이트 사무실은 2층 구조의 가옥을 사무실로 쓰고 있었는데 2층에 올라가 보니 덩치는 큰데 온순한 강아지 한 마리와 높은 층고의 멋진 공간이 나타났다. 공간 한편에는 인사이트에서 발행한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는 R을 공부할 때 봤었던 헤들리 위컴의 번역서도 있었고, 이미 너무 유명한 김창준 님의 <함께 자라기> 등 익숙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서재가 나에게는 마치 지식의 보물 창고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그 멋진 서재를 감상하다가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정에 앞서 고민했던 것들

 

물론 집필 제안은 멋진 기회였지만, 고민을 하게 되는 몇 가지 포인트들이 있었다.


내가 고민했던 포인트들은 다음과 같았다.

책을 집필하게 되면 기회비용이 무엇이 있을까?

현재 내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

시중에 이미 좋은 SQL 도서들이 많이 있을 텐데 차별점을 만들 수 있을까? (개인적인 성취감과 별개로 실제로 시장에서 의미가 있는 책일까?)


그리고 그 고민들에 대한 내 생각은 아래와 같았다.

책을 집필하게 되면 기회비용이 무엇이 있을까?

계획 중인 온라인 강의의 일정 순연

개인 휴식시간

개인 휴식시간을 줄이더라도 집필 작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온라인 강의 일정이 계획보다 순연되더라도 엔트리 레벨의 SQL 도서를 집필하는 일이 현시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데이터 일을 한지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듯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잊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기존 계획을 좀 수정하더라도 좀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도서를 집필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내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

이 부분은 출판 과정도 문의드려 보면서 계속 고민해 봤지만, 결국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겠다 싶었다.

그냥 의미가 있을 것 같고 해보고 싶다면 질러놓고 수습을 해보자로 정리했다.


개인적인 성취감과 별개로 실제로 시장에서 의미가 있는 책일까?

아래와 같이 생각을 정리해서 회신했다.

 개인적으로 카프카의 문장 중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라는 문장을 좋아한다. 우리의 사고는 향상성이 있어서 어느 순간 고착화 되어가는 것들이 생기는 것 같은데, 책을 통해서 고착화되었던 생각들을 말랑말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SQL을 좀 다른 시선에서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발자만의 언어가 아니다. 데이터를 보려고 하는 모든 직군에게 의미가 있는 언어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개발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등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거기에 좀 더 필수적인 내용들 위주로 담고 배치 순서를 바꾼다면 좀 더 쉽게 SQL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샘플원고를 써보자


 어렵사리 집필을 결정했다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문이 하나 더 남아있었는데, 바로 샘플원고다.


... 현재는 기획안과 목차, 1개 챕터 정도의 샘플 원고가 준비되면 내부 검토 후 계약을 진행...


나의 경우에는 아직 집필 이력 이랄만한게 없었기 때문에 출판사 측에서도 샘플원고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본 계약에 앞서 출판사에게도 나에게도 집필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테스트를 해보는 좋은 단계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앞서 고민했던 것처럼 현재 내 역량으로 가능할지 스스로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나에게 집필제안이 들어왔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었는데,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기운영해본 경험, 브런치에 글을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하나씩 올렸던 경험들이 이 과정을 완주할 수 있겠다 하는 하나의 proof가 되어준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집필 제안은 하나의 투자제안과 같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투자처럼 직접적인 자본이 주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초판을 생산해야하는 리스크, 편집자의 시간 리소스를 투자해야하는 리스크 등을 모두 감안해야하기 때문에 완주 가능성을 많이 보지 않을까 싶었다.


 이미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던 강의 콘텐츠들이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지만, 샘플원고 집필의 경우에는 처음 해보는 일인 만큼 띄엄띄엄하기보다는 집중해서 연속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었다. 마침 7월 여름휴가 시즌이었던 만큼 평소 가보고 싶었던 워케이션 장소인 오피스제주를 예약하고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샘플원고 작성 준비를 시작했다.



<기획자의 SQL> 출간기 (2/4)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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