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백암면 '알렉스 더 커피' 방문기
오후 2시를 조금 넘은 9월의 어느 일요일, 가벼운 책 한권을 꺼내 들고 집을 나섰다. 저녁밥은 집에 돌아와 먹을 생각이어서, 멀리 움직이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을 하기에도 어정쩡한 때다. 가볍게 드라이브를 나선 이유. 어디가 좋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궁금했던 카페에 들러 주말의 남은 여유를 만끽해보기로 한다.
‘알렉스 더 커피’, 유리 온실 카페로 유명한 곳이다. 용인, 고양, 서울 성북, 그리고 이천에 각각 매장을 두고 있는데, 오늘은 용인시 백암면에 위치한 지점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용인점에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양지 IC로 나가거나 용인시를 가로지르면 된다. 소요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이번에는 국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용인 시가지의 복잡함을 뚫고 나오면, 이내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 반긴다. 도로 주변에 펼쳐진 논밭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달리는 맛은 고속도로에서 느끼기 어려운 기쁨이다.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서서히 내려앉은 들판은 누런 빛깔로 변해가고 있다. 수더분하지만 강렬한 유혹이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차를 길게 세워 두고 호사롭게 감상하고 싶은 경치다.
휴일을 맞은 ‘알렉스 더 커피’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이미 명소가 된 카페인지라, 가게앞 주차장도 먼 길 찾아온 방문객들의 차로 북적거린다. 다행히, 한적한 마을 어귀에 카페가 위치한 덕분에 주변 공간이 꽤나 여유로워서 바쁜 시간대에도 내 차 하나 세울 자리 정도는 충분하다.
전국의 이름난 카페들을 살펴보면, 사람들에게 유명세를 타게 되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나뉜다. 맛있는 메뉴가 있거나 공간이 멋있거나. 최근 경향을 보면 공간의 힘이 더욱 큰 것 같다. ‘알렉스 더 커피’ 역시 후자의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음료의 맛이 빈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매력이 그만큼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알렉스 더 커피’의 설계는 유명 건축가 최시영씨가 맡았다. 역시 유명한 ‘파머스 대디’나 ‘세상의 모든 아침’ 등 그의 손을 거친 최근 작품들을 보면, 유리 온실은 최씨의 주특기라 할 수 있겠다. 건물은 응당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라는 인식을 깨고, 시원하게 유리로 지어낸 카페는 고급스럽고 쿨하기까지 하다.
카페 내부의 느낌은 외관에서 느껴지는 것과 사뭇 다르다. 유리로 만든 덕분에 벽이 창이고, 창이 벽이다. 완벽한 개방감에 햇살이 그대로 느껴진다. 넘어가는 해가 만드는 노을로 시간을 짐작하고 변해가는 주변 논밭으로 계절을 가늠한다. 인공적인 건축물이지만 가장 자연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는 느낌이다. 카페 건물은 2015년 그 유명한 ‘iF 디자인 어워드’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알렉스 더 커피’의 음료도 무시할 수는 없다. 카페는 대표 이주환씨와 큐그레이더인 ‘알렉스 최’가 함께만들어낸 공간으로, 가게 이름은 ‘알렉스 최’에서 따온 것이다. '알렉스 더 커피'는 전 세계 커피 산지를 직접 방문해 스페셜티 생두만을 원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수입, 사용하고 있다. 커피를 음식이라 말하고, 좋은 식재료를 고집하고 있는 그들이다.
카페에는 데이트 즐기는 연인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나처럼 책을 펼쳐들고 글을 음미하는 사람들이나 노트북을 펴놓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거나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풍경이라 하겠다.
휴일 늦은 오후 용인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은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들로 막히곤한다. 가을을 맞으며 한동안 연휴 교통체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풍요로운 햇살과 여물어가는 들판을 가장 큰 창을 통해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 모금 마시는 여유는 약간의 정체와 맞바꿀 만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