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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느끼다, 커피를 느끼다

마포구 창전동 '펠트커피(felt coffee)'

by Joe Han

서울 마포구 창전동은 홍익대학교 상권과 신촌오거리 상권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아파트나 빌라가 모여 앉은 창전동은 대부분 주택가여서, 밥과 술을 할 수 있는 가게들도 더러 있지만, 조용하고 소박한 모습이 짙다. 창전삼거리에서 산울림소극장으로 넘어가는 길을 맡에 두고 있는 낮은 골목도 그러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붉은 벽돌로 지은 이삼층 집들과 세탁소, 미용실, 동네 호프집 등이 오밀조밀 하나의 동네를 이루고 있다.


그 동네의 한 가운데에 '펠트커피(felt coffee)'가 있다. 입구에 흔한 간판 하나 달지 않고, '은파피아노'라는 전 주인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채 손님을 맞고 있다. 골목에 진입하는 여느 가게들처럼 바깥에서 보이는 것들을 새롭게 뜯어고치지 않고 이전의 흔적을 그대로 둔 덕분에, 펠트커피는 창전동 골목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고 은파피아노는 커피 피플들에게 펠트를 알리는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아담하고 미니멀한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테이블 하나 없이 여러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들만 마련되어 있다. 공간은 다소 공허한데, 바리스타가 골라 틀어 놓은 LP 음악만이 가만히 채워져 울린다. 펠트커피에 들르는 사람들마저 소란스럽지 않고 차분해, 마치 이곳의 특징인듯 모두 높지 않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음악을 듣는다. 그러면 폐부의 공기는 마치 외부와 차단된 듯 홀로 시크해진다.


펠트커피는 여의도에서 아쉽게 사라진 매드커피(mad coffee)의 주인장이 런칭한 공간이다. 맛있다고 소문났던 매드커피의 여운이 펠트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펠트커피는 그때그때 원두들의 새로운 조합을 테스트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메뉴로 낸다. 맛있다고 소문난 로스터의 카페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편이어서, 아메리카노와 라떼가 4천원이다.

카페의 위치를 보나 영업시간을 보나, 펠트커피의 성격은 찾아가 머무르는 공간이라기보다 지나며 들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신촌을 지날 일이 없다면, 광화문 D타워에서도 펠트커피를 만날 수 있다. 건물의 로비층인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창전동 1호점과는 사뭇 다른, 모던한 2호점이 ‘FELT’ 간판을 달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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