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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Apr 11. 2022

어쨌든 잦은 환자

Oct. 3, 2019

비염은 내게 가장 성가신 존재 중 하나다. 터지는 재채기는 불편하고, 흐르는 콧물은 번거롭다. 재빨리 마스크를 쓰거나 약을 먹으면 그나마 금방 멎지만,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 그래서 가방에는 언제나 지르텍이 들어 있었다.

수 없이 설명을 해 드려도, 내가 재채기를 할 때마다 할머니는 '감기 걸린 거 아녀?' 하고 물으셨다. 감기가 아니라, 비염 때문이라고 말씀드려도, 늘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며 대추차를 끓여주셨다. 한 번씩 꿀에 저민 인삼을 재워 주시기도 했다.

아내는 꿀차를 타 줬다. 운전하다 내가 코를 훌쩍거리면 에어컨 바람이 얼굴로 직접 향하는지부터 확인하고는 방향을 조정하고 바람 세기를 낮추면서,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는 말을 더했다. 저녁은 무조건 따뜻한 국물이 있는 요리로 준비했다.


'따뜻하게'


내가 사랑하는 여인들은 내 증세를 이해하는 듯 못 하는 듯, 별 거 아니라는 내 주장은 안중에도 없이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내 재채기와 콧물을 다스렸다.


< 아내가 끓여준 환자식, 소고기무국 >


어쩌면 내가 내 몸을 제일 모르고, 더 방심하는지 모르겠다. 그깟 재채기와 콧물이라 방치하다 결국 열이 오르고, 침대에 누워 쉬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상했다. 옷 한 겹 더 입고, 대추차든 꿀차든 주는 대로 일단 마시고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했다.

"여보, 자꾸 아파서 미안해..."

할머니든, 어머니든, 아내든... 일단 나를 사랑하는 그녀들의 말은 잘 듣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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