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바다를 사랑한다. 학업을 마친 뒤 제안받은 여러 선택지 중 아름다운 해변을 품은 마이애미에서의 직장을 택했고, 한국에서는 경포대가 멀지 않은 동네의 아파트를 알아보러 다니기도 했다. 언제든 헐거운 시간이 생기면 바다를 찾고 싶어 했다.
그런데 바다가 지척인 동네에 살면서 해변가에 간 횟수는 손가락에 꼽는다. 돗자리 펴고 가볍게 맥주 한 병에 핫도그 하나 먹고 오는 게 왜 그리 어려운지. 어느샌가 바다는 친구들과 파티가 있거나 멀리서 지인이 찾아왔을 때에나 찾는 장소가 되어있었다.
< 마이애미 Key Biscayne >
"여보, 오랜만에 나왔더니 너무 좋네~ 오붓하게 앉아 와인이나 홀짝이며 가벼운 책 한 권 읽다가도 좋겠다~"
사실 뭐 대단한 거 하자는 것도 아닌데. 그냥 차 잠깐 돌려 십여 분만 달리면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우리도 안다.가끔두어 시간 자리 비운다고 우리의 스케줄이 꼬이지 않는다는 걸,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너무 외면하며 살 일은 아니다. 일만 하려고 사는 삶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