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는 카페에서 자주 데이트를 했는데, 일반적인 의미와는 조금 달랐다. 커다란 테이블에 각자의 노트북을 켜놓고, 따듯한 커피 한 잔에 디저트라도 두면 두세 시간은 훌쩍이었다. 아내는 내 맞은편에 앉아 바쁘게 회사 일을 했고, 나는 느긋하게 곡을 쓰거나 글을 매만졌다.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는 달라도, 카페라는 공간에서는 우리 둘 다 오롯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잠깐! 지금, 일하는 걸 데이트라고 부르는 건가요?'
우리만 유난히 바쁜 일상을 산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우리 둘의 하루하루는 꽤나 바빴다. 아내는 언제나 노트북을 끼고 살았고, 회사 일은 해도 해도 줄지를 앉았다. 나는 본업을 하지 않는 시간이면 창작 활동에 몰두하고 싶었다. 우리에겐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고, 근사한 바에 가거나 극장을 찾거나 바닷가를 걷는 대신 선택한 그런 가벼운 외출이 우리에겐 귀한 데이트 코스였다.
집에 있으면 누구 하나가 앞에 앉은 상대에게 말을 걸곤 했다. 엄숙한 자세로 테이블에 앉았지만, 꽤나 진지한 질문부터 잠깐 연예 기사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가벼운 이야기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기다린 듯 줄줄이 떠올랐다. 괜히 출출해서 간식거리를 만들기도 하고, 졸음이 몰려와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자기도 했다. 집은 편하지만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공간이었다.
늘 집 대신 카페를 택하는 건 아니다. 언제부턴가 아내는 주로 커다란 모니터가 있는 오피스에 있었고, 나는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이따금 찾는 카페 데이트는 더 소중해졌다. 맛있는 커피를 내야 했고, 너무 시끄럽거나 테이블이 불편하면 안 됐다. 그게 우리가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만족스럽게 만들어주는 조건이었다.
< 우리가 자주 찾던 Panther Coffee >
"도서관이 공사 중이어서 들렀지만, 오랜만에 카페에서 같이 맛있는 커피 마시면서 일하니까 너무 좋다. 결혼 전에 홍대 근처 카페에 나란히 앉아 일하고 공부하던 생각이 나. 우리 가끔은 이렇게 카페에 와서 데이트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