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만나고 칼질이 늘었다. 처음에는 그녀에게 찌개를 끓여주고 간단한 안주거리 정도를 만들어주려고 가벼운 요리를 연습했다. 사실 가벼워 보이는 요리도 처음에는 가볍지 않았다. 평소에는 밥도 잘 안 해 먹고, 어느 주말에는 밖에 나가기 귀찮아 바나나를 잔뜩 사서 사흘을 난 적도 있던 내게 요리는 만만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하지만, 놀러 오는 그녀에게 바나나를 먹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된장찌개, 채소볶음에서 시작된 나의 여정은 알리오올리오, 스테이크, 짜장면, 짬뽕으로 이어졌다. 도저히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던 삼계탕 정도를 제외하고는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미리 연습하며 맛을 교정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결혼 후 첫 생일을 맞은 아내를 위해 마트 뒤져 살아있는 홍합을 사다가, 칫솔로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긴 시간 끓여 홍합 미역국을 식탁에 올렸다. 한국에 있을 때 해 본 적이 있어 자신만만했는데, 홍합을 씹자마자 버걱버걱... 전에 마트에서 산 홍합은 해감이 완벽하게 되어 있었던 게로군. 요리가 늘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미숙한 부분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