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방학마다 할머니와 비둘기 완행열차를 타고 한참을 달리곤 했다. 울산 고모댁에 놀러 가던 길. 도대체 역은 어찌 그리 많은지, 느릿한 열차 속도보다, 만나는 간이역마다 서는 꼴이 더 지루했다. 그래도 제천역에서 열차가 10분쯤 멈추면 플랫폼에 뛰어내려 후루룩 먹던 가락국수의 맛은 큰 즐거움이었다. 어린 마음에 기차 떠날까 봐 할머니 치마를 잡고 맘 졸이면서도 노오란 단무지 얹어 마시듯 먹던 한 끼.
후루룩~ 후루룩~ 아내가 맛있게 끓여준 국수에서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나는 건, 그리운 맛 때문일까, 그리운 사람 때문일까.
"여보, 오늘 저녁 너무 좋다. 나는 내가 면을 이렇게나 좋아하는지 몰랐어. 열 그릇도 먹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