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벗>을 보고
“동무는 어째서 애정이 식었다고 보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남녀의 뜻하는 바 지향점이 다르면 결국 서로에게 공허함이 생기고 이혼에 다다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보면서 공감이 되면서도 이해가 됐습니다. 극 중 아내의 남편에 대한 불만과 거기에 불만이 있는 남편의 갈등.
북한 작가 백남룡의 소설 <벗>을 연극으로 봤습니다. 90년대 유명했던 북한 소설입니다. 북쪽 남녀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북쪽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쪽에서 연극으로 풀어낸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 소재 연극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북한 체제나 생활, 인권을 고발하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연극 <벗>은 순수 문학작품입니다. 그저 남녀의 이야기지요. 세계에도 잘 알려진 소설이라는 걸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흥미로울 것 같아 봤습니다. 대학원 동문인 좋은 분과 맛있는 식사와 약주를 곁들여 마신 뒤 연극을 봤어요.
북쪽 사회에서 살아가는 남녀의 사랑과 결혼, 이혼 이야기를 풀어낸 <벗>은 북쪽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혼 문제를 해결하고 풀어가는 과정이 담겼습니다. 문학작품으로써의 연극이었어요. 사상적 요소가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연극 막바지에 이야기 전개가 확 바뀝니다. 원작 <벗>에는 없는 내용이에요. 바로 탈북하신 분이 남쪽 남자와의 결혼 생활과 거기에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곁들여집니다. 직접 연극에서 해설을 맡으신 북에서 온 김봄희 선생님이 무대에 올라서거든요.
이로써 분단의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북향민(탈북민)의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분단의 서사와 이데올로기와 체제가 배제되었던 ‘문학작품’으로서의 연극이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으로 마무리 되는데요. 이야기 전개가 서사적으로 어색하면서도 연출의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 연출에 대해 평가는 않겠습니다. 내용은 충분히 좋았어요.
이런 이야기를 통해 북쪽도 그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사회는 북쪽을 마치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렇기도 하면서 그렇지 않기도 하니깐요. 기회가 된다면 보시길 추천합니다.
#벗 #백남룡 #북한소설
#조경일작가 #아오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