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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생각 Sep 19. 2021

가족을 이어주는 효자 따릉이

자칭 따릉이 홍보대사의 주일 가족과의 따릉이 나들이

"이렇게 같이 따릉이를 타니 세상을 다 얻은것 같다."


따릉이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춘향미엔"집으로 향하는 사거리 신호등에서 아내와 아들에게 한 말이다. 사연은 다 있다. 누구에게나 있다.


성년이 된 자녀들과 격이 없이 대화하는 가정이 대다수는 아닐 것이다.

벌써 20여년 전 개그콘서트에서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를 통해 고등학생 자녀와 대화가 끊어진 가족을 묘사했으니 말이다. 가만히 우리 집을 관찰해 봐도 어릴적 보다 대학생이 된 자녀들과는 상호작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 흐름을 부모가 되어 바꿔보려고 하지만,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따릉이를 첫 시작한 것이 8월14일이니 이제 한달이 조금 지났다. 

그동안 1일 이용권, 180일 1시간 이용권에 이어 이제 180일 2시간 이용권의 어엿한 회원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따릉이 전도사, 홍보대사를 지칭하며 점심시간에 회사앞에서 따릉이를 타기도 한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들 녀석에게 틈 날 때마다 같이 따릉이 타고 한강엘 나가자고 조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이틀 전 아들 녀석이 드디어 따릉이를 시작했단다.

주일 점심. 아내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아들은 따릉이를 탈 준비 (뭐 특별한 준비는 없지만)를 하며 집 앞 대여소를 찾는다. 휴일 낮은 평일과는 사뭇 다르다. 집 근처 두군데를 찾아 겨우 남아 있는 두대를 대여했다. 휴일에는 따릉이를 다 레저용으로 즐긴다. 평일 낮 대여소에 즐비한 따릉이가 휴일 낮에는 자취를 감추는 이유다.


청계천을 따라 부자(父子)는 최대한 저속으로 따릉이를 몰고,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아내는 저 뒤에서 걷다가 좀 빨리 뛰다가 하며 우리를 따른다.  청계천을 따라 내려가다가 우리는 북쪽 중랑천으로 향한다. 이 코스는 내가 좋아하는 따릉이 코스다. 한강으로 내려가면 경치는 좋으나, 워낙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한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올곳이 자전거를 즐기기에는 다소 복잡하다. 자동차 도로로 보면 정체가 발생한다고나 할까.


반면 청계천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중랑천 자전거 길은 한적하다.

걸어 오르는 사람도 적고, 자전거를 타는 바이크족도 많지 않다. 특히 어스름한 저녁에 한강과 대비된다. 내가 꼽은 자전거 명품길 중 하나다. 따릉이의 시각으로 본 명품길 말이다. 


따릉이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갔던 우리는 길 한적한 곳에 잠시 내려 풍경을 내다본다. 

얼마 전 알게 된 큰강아지풀인 수크령에 대해서 아들에게 얘기한다. 강아지풀이 1년생인데 반해, 이 큰 수크령은 다년생이다. 우리가 먹는 쌀의 벼와 유사하게 생긴것 처럼, 이것은 볏과 식물이다. 예전 조선시대,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벼와 이 강아지풀과의 이삭들을 섞어서 식량으로 먹기도 한 시절이 있었다고 나눈다. 


자전거를 타는 시간 내내 많은 대화를 주고 받을 수는 없지만, 그 마음만은 서로가 나눈다.

중년의 아버지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 그것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대학생 자녀. 이렇게 서로를 위해 조금씩 조금씩 다가갈 때 온전한 가족의 회복은 이루어 지는 것일지 모른다.


헤어졌던 아내와 만나 우리는 따릉이를 반납하고 점심 장소로 향한다.

다른 속도로 멀어졌던 세사람이 이제 같은 속도로 한 곳인 점심장소를 향해 걷는다. 걷는 길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나의 마음을 나눈다. 지난 한달 동안 따릉이 같이 타자고 투정 부렸던 아버지를 위해 이제 같이 시간을 내어 준 성인이 된 자녀.


 "이렇게 같이 따릉이를 타니 세상을 다 얻은것 같다."

진심이다. 행복이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찾는 파랑새는 바로 우리 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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