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무심코 밥먹다 얘기한 엄친아 얘기에 아들에게 한방 먹다
엄친아, 엄친딸.
요즘은 유행하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부부가 자녀들을 키울(?)때 정말로 유행했던 말이다.
엄마친구 아들, 엄마친구 딸.
왜 그렇게도 엄마친구의 아들, 딸들은 그렇게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 말도 잘 듣고, 성격도 좋고, 잘생기고 이쁘고, 어른들 만나면 인사도 잘하는가? 참 신기한 일이다. 반면에 우리 집 아들, 딸들은 왜 이리 고집도 세고, 부모말 잘 안듣고, 쉽게 얘기하면 어른 공경할 줄도 모르는 것인가?
우리 부부는 그래도 적당히 공부 잘하고, 사고 안치는 우리 아들, 딸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구 누구 집 아들은 어쩌고 저쩌고 한다던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 뭐 이런 심한 말을 한 적은 없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다. 우리 집 대화에 저급한 욕설이나 뭐 그런 단어가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는다. 우리부부의 자녀 교육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돌이켜 보면, 어릴적 자녀들과의 수 많은 대화 중에 가끔씩 기억에 남는 말들이 있다.
엄친아에 관한 얘기도 내 기억에 남는 몇개의 중요한 교훈 중 하나이다.
중국에서 주재할 때 였다. 아들이 중학생 정도 된 시점. 그날도 식사를 하면서 아내와 나는 무심코 누구 집 아들, 딸에 대한 얘기를 한 듯 하다. 정말 무심코. 자녀들에게 그걸 닮으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말하자면, 우리 애들의 학교 선배들에 대한 얘기였다. 제일 잘 나가는 애들이었을 게다. 점수를 엄청 잘 받아, 미국 명문대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어릴 적 부터 엄마가 매일 애들을 책상에 붙잡고 영어 책을 읽게 했다거나 어쨌거나 하는 그런 소위 성공 스토리에 대한 얘기였을 거다.
"우리는 부모님들을 비교하지 않쟎아요. 그런데, 왜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자꾸 비교하세요?"
갑자기 뒤통수가 띵했다. 아! 그렇구나. 그래, 자녀들은 어느 친구 부모가 재벌이라고, 어느 친구 부모는 서울대 출신이라고, 어느 친구 부모는 한국에 건물이 있는 건물주라고,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우리 부모들은 이렇게 다른 집 자녀들 얘기를 우리 자녀들 앞에서까지 얘기를 하게 된 걸까.
어느새인가 자녀들이 부모들과 똑 같은 지적 수준이 있는 성인으로 자라나고 있다.
그 자녀들에게 거꾸로 올바른 부모되기를 배우게 된다. 어찌보면, 부모보다 자녀들이 더 현명하고 더 올바른 생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어릴적 자녀들을 키울(사실 부모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나고 보니 자녀들이 스스로 큰 것) 때 잊혀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그 말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