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두살 서울 전세사는 대기업부장의 직장생활
갑자기 아재에 꽂혔다.
아재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오십두살의 대한민국 서울 전세사는 대기업 강부장이 요즘 아재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이라기 보다는 연구라 해 두자.
며칠전 퇴직한 줄 알았던 동기의 휴직사연을 전화를 통해 접하고 나서, 가슴이 아려온다.
이 나이쯤 되면 부모님들의 부고소식이 전해지는게 다반사다. OECD 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우리 주위에도 한다리 건너면 가족, 친지들이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를 접할 수 있다는 얘기와 비슷해진다. 이 복잡해지고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해 더욱 힘들어진 세계를 우리 자녀들은 또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직장은 예전의 가족과도 같은 (그래서 사실 불편한 것도 많았지만) 관계에서 이제는 계약관계로 바뀐지 한참되었다. 따스함이 사라지고 있다.
그 동기의 어려움이 그저 그 오십넘은 대기업의 부장 한사람의 독특한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다 아프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다. 특히 요즘 희화화되고 있는 이 시대의 아재들도 어느 세대 못지 않게 아픔을 겪고 있다. 십수년전 기러기아빠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뉴스를 타고 연일 전해졌던 시절이 있었다. 2021년 현재를 살아가는 수 많은 아재들도 그 때의 기러기아빠들 못지 않은 것 같다.
힘든 사람에게 힘내! 하는 것이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익히 들어 학습을 했건만, 힘든 사람에게 그럼 뭘 어떻게 해야 위로가 되는질 잘 배우지 못했다. 그래도 용케 나는 그와 유사한, 그 보다는 훨씬 더 경미한 정신적인 증상을 겪고 약도 먹어 봤기 때문에 나의 얘기를 하며 공감을 형성하려고 노력했다.
요즘 내 머리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런 아재들의 삶이다. 애환이다.
상담센터를 찾으면 청소년 상담 전문의나 뭐 그런게 많다. 그런데, 오십여년을 살아왔지만 아재들의 심리, 정서상태도 그리 단단하진 못한 것 같다. 아니, 긁히고 베인 상처투성이가 껍질을 싸고 있긴 한데, 그렇다고 그 껍질이 그리 단단하다고는 할수 없는 것 같다. 더 큰 상처에 더 쉽게 쓰러진다. 지금껏 맞아왔던 수 많은 펀치들에 어느새 몸 성한 곳이 없다고나 할까. 가쁜 쉼을 내쉬며 5분 라운드를 뛰고 1분은 쉬어주어야 하는데 그 1분의 쉼도 없이 끊임없는 권투 라운드를 뛰는 선수와도 같이.
그 동기 친구를 도와주고 싶다. 아니, 그 한 사람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 많은 아재들을 이해하고 그 아재들을 위해 무언가를 기여하고 싶다. 그것은 유명한 은퇴전문가가 "은퇴후의 평생 할일을 찾으라"와 같은 아주 명쾌한 답이지만, 쉽지 않은 제3자의 조언과 같은 그런 답이어서는 안된다. 당장, 오늘 잠에서 깨어나 오늘도 힘든 하루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를 고민하는 그 힘들어 하는 아재들을 위로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을 믿기 시작한 이후 내 삶은 많이 바뀌었다. 아니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또한 다른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생각해 본다는 것만 해도 어딘가? 이렇게 하루 하루 아재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또 그들 (아니 나 스스로)이 직면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해서도 연구도 해 보는 것이다. 90년대생이 온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MZ세대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하면서도 정작 지난 30년간의 한국을 떠 받쳐온 아재들이 어떤 모습이며, 그 아재들이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있게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
아재문화연구소가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