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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생각 Sep 17. 2021

코치, 러닝메이트 그리고 페이스메이커

부모는 자녀의 인생 마라톤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인생을 100미터 달리기나, 혹은 높이뛰기, 태권도에 비유하는 거 들어본 적이 없다. 스포츠 중에 우리의 인생을 비교할 때 마라톤을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긴 시간 때문이 아닐까? 

2시간 이상을 쉬지않고 달려야 겨우 결승선에 닿을 수 있으니 말이다. 다른 어떤 운동보다도 긴 시간.


혼자만의 레이스라서 그런 건 아닐까? 

축구, 농구 등 격렬한 운동이 있지만 그 운동들은 규칙에 따라 상대팀을 이겨야 하는 운동들이다. 마라톤은 오로지 그저 혼자서 뛰기만 할 뿐이니 인생과 닮은 꼴이다.


포기하지 않아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어서는 아닐까?

마라톤은 우리의 인생과 너무나도 닮은 운동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 살면서 이런 얘기 여러번 들으면서 살아왔다. "인생은 마라톤이지.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힘들때도 있고 좌절할 때도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거야. 그게 바로 인생인 거지. " 이런 얘기들 말이다.


어제 저녁 아내와 산책을 하면서 우리는 자녀들에 대한 최근의  우리 스스로의 태도에 대해 생각을 나눈다. 우리는 지금껏 자녀들의 코치가 아니었을까? 자녀들을 잘 교육시켜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려고 하는. 자녀들의 공부 성적을 어떻게 하면 잘 올려서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그리고 이제 대학생 자녀를 위해 졸업이후 어떻게 자녀들의 인생이 좀 더 평탄해 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우리는 코치가 아니었을까?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어떠한 존재여야 하는가? 코치여야 하는가? 마라톤 팀을 이끌어 우승을 만들어 내는 코치가 부모의 역할일까? 의문이 든다. 우리는 코치로서 자녀들을 이십년 넘게 지도해 왔지만, 정작 자녀들이 원하는 것은 코치로서의 부모가 아닌 것 같다.


코치가 아니라면 러닝 메이트일까?

러닝 메이트로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같이 옆에서 끝까지 완주를 도와주는 러닝 메이트.  힘들 때 밀어주고, 포기하고 싶을 때 옆에서 힘을 복돋아 주는 러닝 메이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는 부통령이다. 부통령은 당선후 4년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한다. 상원의회의 의장을 겸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과연 부모가 러닝 메이트가 될 수 있을까?  

러닝 메이트는 끝까지 같이 뛰어 주어야 한다. 부모가 끝까지 뛸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마라톤에서는 '페이스 메이커'라는 역할이 있다. 우승후보 선수를 위해 30Km 미터 까지 레이스를 리드한다. 우승후보는 페이스 메이커만 따라 30Km 까지 속도 조절을 한다. 컨디션 조절을 한다. 괜히 다른 선수들과 엉켜서 불필요한 긴장과 오버페이스를 방지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페이스 메이커도 충분히 우승을 하거나, 메달권에 있을 수 있는 선수이다. 그러나, 어떤 경기에 페이스 메이커로 지정이 되는 순간, 그는 자신의 완주 기록을 포기한다. 그는 오로지 우승 후보를 위한 30Km 지점까지의 리드로만 자신의 소임을 다한다. 그리고 더 뛸 수 있으면 더 뛰어도 되고, 그렇지 않으면 레이스를 포기하고 결승선에서 우승후보 선수를 기다릴 수 있다.


우리 부모의 역할도 이런 것이 아닐까? 

부모는 처음부터 희생과 함께한다. 코치라기 보다는 러닝 메이트라기 보다는 부모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자녀들에게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그런 역할 변화에 우리 부부는 공감을 한다. 우리 부부는 코치이길 포기한다. 아쉽지 않다. 적어도 그 희생을 통해 우리 자녀들이 인생의 마라톤에서 30Km 지점까지 부모와 함께 뛰어갈 수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이 30Km 지점 이후에는 혼자뛸 수 있도록 레이스에서 내려야 한다.  


부모. 이 숭고한 단어. 

부모들로부터 태어난 우리 부부가 이제  부모가 되어 이제 자녀들의 인생 마라톤에서 같이 뛰고 있다. 42.195Km의 레이스에서 30Km 지점까지 '페이스 메이커'로서 우리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려 한다. 그리곤, 우리 자녀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이 자녀들의 마라톤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자녀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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