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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생각 Oct 20. 2021

저의 꿈은 새가되는 것입니다 #아재수다

아재들의 수다 코미디가 되다

아재들 모이면 학창시절, 젊었던(?) 시절 얘기로 왁자지껄하다.

지나가던 아지매들이 들으면 별 시덥쟎은 얘기로 저리도 좋을까 할거다 아마도.


어제 저녁 4인방이 모였다. 6월의 모임 이후에 오랜만에 학교 인근 파전집을 찾았다.정말 주제가 없다. 그냥 수다떨기다. 괴짜교수로 유명했던 김정운 (前)교수께서 쓴 글에서 이런 대목이 있었다. 술을 못하는 자기와 친구들은 콜라만 마시면서 밤새 수다를 떤다고 했다.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떻게 콜라만 먹으며 밤새 수다를 떨까. 아줌마들도 아닌데. 근데, 이제는 그게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약간의 알콜의 지원은 받으면서다.


제 수다의 최고는 단연코 꿈과 관련된 것이다.

믿기지 않는 얘기라 (혹시 이 글을 실제 발언자분께서 읽을 수도 있어, 우선 양해를 구한다) 사실 긴가민가 한데, 그 당시의 시대상황을 놓고 보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


광고회사에 면접을 보게 된 선배.

    "자네는 꿈이 뭔가?"

    "저의 꿈은 새가 되는 것입니다."

    "뭐라고????"


합격이 되었단다. 합격이 되었으니, 친구의 선배가 되어 있을 것 아닌가. 나 같아도 합격시킬 것 같다. 광고회사니깐. 이 만큼 독창적인 꿈이 있는 사람이면, 삼고초려해서라도 모셔야지. 실제로 그 선배는 그 이후로 많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광고카피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아재 증상에 대한 얘기도 빼 놓을 수 없었다. 나이 들면 얘기가 길어진다. 어쩔 수 없다. 서두가 길다. 아마도 직장다니며 회식하다가 이렇게 길게 얘기하면, 중간에 벌주 서너번은 마시고 이야기를 이어가기 일쑤다. 본인도 아는지, 결론부터 얘기를 하고 썰을 풀기 시작한다. 친구니까 망정이지 벌주 안시키고 얘기 들어주었다. 아재의 인내력도 만만치 얂다.


피식대학이라는 유투브 채널이 있다. 

거기에 "한사랑산악회" 라고 중년 아재들의 산행을 패러디해서 코미디를 짠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아재들 모여서 수다 떠는 걸 그대로 찍으면 적어도 그 정도 퀄러티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진짜다. 


    "요새 왜 그리 살이 빠졌나?"

    "응, 코로나로 저녁 회식도 없어졌고, 뭐 저녁마다 조깅을 좀 하지."

    "어. 그렇구나. 근데, 저녁에 하는 건 석깅 아닌가?"

    "......... ㅠㅠ"

    "우하하하. 그 아재 개그를 지금 들으니 새롭네.. 하하. 얘는 아직도 못 알아 들었어. 조깅. 아침 朝 달릴 깅. 그러니 저녁에 하는 건 저녁 夕 달릴 깅. 석깅"


등짝 스매싱 감이다. 김연경 선수의 초강력 스매싱. 그래도 아재들은 즐겁다.

막걸리에 파전을 하다보니, 어느덧 10시가 가까와 온다. 막걸리 마셔도 취한다. 막걸리에 취하고 친구들의 수다에 취하고. 이런 약속을 잡고 나면,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렌다는 친구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그래, 나도 설렌다. 남은 오십년을 같이 웃고 떠들 생각을 하니 나도 설렌다.


그나저나, 그 광고회사 선배는 새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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