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그램의 무게만큼만

by 아리라

커피의 향을 드립백에 가둬놓는 것이 좋다
오늘의 원두 향기가
내일의 나를 찾아가
오감을 휘저으며 나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자
원두를 갈면서
다정했던 사람을 생각했던가
원두의 무게를 재면서
냉담한 사람을 떠올렸던가
칠칠치 못하게 흘린 몇 그램의 가루들은 어쩌지도 못하고
봉투를 봉하기 전
고개를 가로저었는데 기어이
툭 떨어진 그리움 하나가 비집고 들어간다
오늘은 커피를 마시다가
떨어져 나간 몇 그램이 서글퍼져
뜯어진 봉투에 코를 대고선
어제의 냄새를 맡는다
이젠
10그램만큼의 무게로만 생각하기로 하자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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