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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라 Nov 04. 2024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몇 달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한 마디로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만둔 이유가 “즐겁지가 않아서”였으니까. 일은 익숙해지고 난 뒤엔 힘들지 않았고,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면 여유로운 시간도 많아서 남은 시간은 일을 만들어서 하곤 했다. 적잖은 나이를 먹고서 6시간이 채 되지 않는 근무시간과 쾌적한 환경, 그리고 적당한 보수의 일은 그만두기 참 아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일을 하고 있는 동안 행복하지 않았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그 일을 하는 동안 평화로웠지만 망설임 없이 그만두게 된 것이다.


가슴 뛰는 일이 하고 싶다는 것은 얼마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란 말인가? 일을 그만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무기력에 빠지게 되었다. 생각처럼 보람된 일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스트레스에 가슴이 짓눌려서 가슴 뛸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두어 달을 뜬구름 잡는 바보처럼 어슬렁거리다가, 어느 책방 앞에서 멈춰 섰다. <독서 모임>, <글쓰기 수업> 문구에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순간 가슴이 꿈틀거린 것 같기도 했다. 

참여 수업을 듣기로 예약하고 처음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먼저 나누었다. 일상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색하고 경직되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나갔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의 밝고 활기찬 기운에 그 에너지를 받아 마이크까지 잡고 즉흥적인 발표도 하게 되었다. 가벼운 떨림. 부담스럽고 음울한 떨림이 아니라 설렘의 울림이었다. 그 후로 나는 사람들과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게 되었고, 책방지기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이라면 일기 같은 독백 수준의 글이 전부였다. 그리고 몇 번 쓰다 만 몇 개의 시들. 어떤 글을 쓸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던 나에게서 작가님은 많은 것들을 끄집어 내주셨다. 책 모임을 통해서 나눈 일상이야기나 책 이야기가 어느새 쌓아져 글의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게 글이 된다고? 혼자서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들이 글로 눈앞에 써지는 것이 꽤나 즐거웠다. 한 꼭지의 글을 완성하고 기쁨으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내가 글을 썼어! 이것 좀 봐 내가 글을 썼다니까!” 


나는 딸에게 소리쳤다. 가슴 뛰는 일을 내가 하게 된 것이다. 오랜 길을 돌아 이제 너무 늦어버린 게 아닌가 했었다. 길을 걷다 멈춰 서서 글쓰기 수업을 두드려보지 않았다면 더 늦어졌을 것이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놀라운 발표가 있던 날 내게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이 조용히 전해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사건은 아니었지만 내 세상은 떠들썩했다. 나도 딸과 조용히 축하를 나눴다.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비슷한 일을 끌어당기게 되는 건가. 나의 오랜 파트너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며 블로그 홍보일을 맡아 달라고 하였다. 그동안 독백 수준의 글만 써 왔었던 것처럼 블로그는 나에게 미지의 세계와 같았다. 물론 십여 년 전 잠깐 몇 개의 글을 올렸던 적은 있지만 늘 남의 블로그 글만 보며 살아왔다. 멋진 사진과 정성스러운 글로 공들여 기록한 글에 감탄하기도 했었다. 블로그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과 같다. 특히 꾸준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글 쓰는 모든 작업, 아니 세상 수많은 일들은 끈기와 꾸준함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해보고 싶었다. 나는 많은 글들을 쓰고 싶었다. 나의 글쓰기는 개인 영역으로, 제품 홍보의 글쓰기는 일의 영역으로 구분 짓기로 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빠른 추진력이 필요했다. 내가 모르는 영역이라면 배워야 한다. 작가님께 블로그 수업을 받기로 했다. 


블로그 수업에 앞서 블로그나 여러 가지 SNS활동에 쓰임새가 많은 <미리캔버스> 사용법에 대해 배웠다. 20대 때 잠깐 배웠던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과 달리 정말 손쉽게 여러 가지 작품을 간단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새로운 블로그에 쓰일 프로필 이미지도 바로 만들어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미리캔버스는 우선 접근성이 좋다. 로그인 절차도 간단하다. 무료 또는 유료로 사용이 가능했다. 나는 무료기능만으로도 충분히 작업이 가능했다. 왕관 아이콘이 있는 요소들은 유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SNS에서 유용하게 많이 쓰이는 것은 카드뉴스이다. 이것만 잘 활용해도 블로그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가지고 있던 사진이나 이미지에 미리캔버스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요소나 텍스트를 넣어 꾸밀 수 있었다. 평소에 읽었던 책의 사진이나 상품의 사진을 가지고 와서 개성 있는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명함을 직접 만들어서 바로 인쇄물로 제작할 수 있는 기능까지 있었다. 나를 소개할 때 직접 만든 명함으로 나를 소개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대세인 AI기능도 있는데 하루에 제공되는 200 크레딧을 가지고 적절하게 활용하면 AI가 만들어주는 여러 가지 이미지나 요소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기능으로 아주 단정하고 멋진 모습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나의 프로필을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쓰임새 많은 미리캔버스 사용법을 익히고 난 후 이어서 블로그 사용법에 대한 체계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블로그를 생성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카테고리도 생성하고 프롤로그, 블로그에 대한 여러 가지 설정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블로그 글을 작성하는 방법까지 배우고 나서 그날 나는 드디어 새로운 블로그에 첫 포스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노출이 잘 되는 방법과 글이 직관적으로 잘 읽힐 수 있는 노하우도 배울 수 있었다. 대단한 성과였다. 역시 배움의 길은 내 돈 주고 배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는 것이다. 혼자서 블로그 작업을 시작했다면 많은 시간을, 배우는 데 투자하게 되었을 것이다. 새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속도가 중요했기 때문에 값진 배움이었다.


현재 블로그는 사업에 관련된 상품과 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일상이야기와 책 리뷰, 시 필사를 각각 올리고 있다. 상품 관련 글은 일주일에 6개의 글을 올렸다. 하루에 한 개의 글을 올린 셈이다. 일상적인 글 또한 6개를 작성하여 올렸다. 각각의 글을 번갈아 가면서 올렸다. 최근에 올린 블로그는 책 리뷰였다. 블로그 개설한 지 이제 2주쯤 되어간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사람들은 상품에 관한 직접적인 소개 글보다는 상품과 관련된 상징적인 이야기나 책 리뷰 등 일상적인 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블로그 글을 작성하면서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내가 많은 정보를 얻으려 읽어보았던 수많은 블로그 글들이 엄청난 수고와 정성으로 쓰인 글이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글쓰기와는 또 다른 수고와 정성으로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는 걸 알았다.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수필을 쓰는 것과 블로그 글을 쓰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블로그 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가, 이제 내 글을 좀 써야지 하고 바로 사태를 전환하여 글을 쓰는 것이 유연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작업들은 서로 다른 뇌의 영역을 활성화하는 것 같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한 뒤 내 글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 블로그 글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점차 그 간극이 좁혀 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블로그에 글을 써서 올리는 것도 글을 쓰는 것의 연속이라는 것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몰입하는 시간이 즐겁고 가슴 뛰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시작이 어려운 것이지 일단 하나의 글을 올리고 나면 그 이후 글을 써서 올리는 것은 조금씩 쉬워지고 더 흥미로워진다. 사업적인 수단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일상을 소소하게 적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풍성해지는 느낌을 얻을 수도 있다. 굳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블로그에 간단히 글을 써서 올리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삶에 옅은 파동을 주는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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