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자존감 수업/사이토 다카시
최근 시작한 독서모임에서 <니체의 자존감 수업/사이토 다카시>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이나 관련된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저자가 워낙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쓴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같이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은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시간의 마법 속에 놓여있다 끝이 나는 것만 같아 늘 신기합니다. 니체의 철학에 관한 책에 등장한 사람이 최근 스포츠 뉴스기사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라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감각과 생각이 연동되고 결합하면 새로운 세계가 창조된다고 했습니다. 이는 스포츠로 비유해 설명하면 더 이해하기 쉬운데요. 상징적인 운동선수 중 한 명이 메이저리거인 오타니 쇼헤이 선수입니다. WBC에서 말 그대로 ‘초인’적인 활약을 보여준 그는 몸의 감각을 통해 파악한 것을 갈고닦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모습을 실천해 보였습니다. 그는 ‘투수와 타자, 둘을 다 해내기는 힘들다.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지 않으면 둘 다 어중간한 삼류선수로 끝난다’라는 주위의 걱정을 뒤로하고,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이도류二刀流(일본 검술에서 양손에 각각 검을 들고 공수를 행하는 기술의 총칭. 두 가지 다른 수단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 또는 두 가지 다른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을 의미한다-옮긴이)’를 관철했습니다. 기존의 상식을 보란 듯이 깨부순 것이지요. <출처_니체의 자존감 수업_사이토 다카시>
지난 시간 독서모임에서 이야기 나눴던 내용 중, 일본의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 선수에 관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위의 내용으로 짧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모임이 끝난 후에도 이것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하는 날까지도 저는 오타니 쇼헤이란 선수의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으나, 그가 투수와 타자 둘 다 하는 선수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가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여 인터넷으로 그의 정보를 좀 더 찾아보았습니다. 오늘 9월 12일 자 뉴스에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47호 홈런과 48호 도루에 성공하여 사상 최초 50(홈런)-50(도루)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과거 일본과 대한민국의 경기를 봤던 그때 그는 투수로 마운드에 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타자로서 전설을 만들어 가는 중이었나 봅니다. 그가 공대신 양손에 야구 배트를 잡았을 때 주위에서는 걱정을 했다고 하네요.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속담에도 ‘우물을 파도 한우물만 파라’는 속담이 있듯이 둘 다 어중간한 상태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흐지부지한 상태로 끝맺을 일을 걱정했을 것입니다. 그런 주위의 걱정과 만류를 뒤로하고 그는 보란 듯이 새로운 전설을 써 내려가며 그만의 타자의 길을 당당히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이 글을 발행하는 현재 오타니는 54 홈런-59 도루의 대기록을 작성하며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오래된 제 지인 한 분의 이야기입니다. 오랜 시간 과외 선생님을 하셨던 분인데 어느 날 영어학원 원장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놀라웠던 건 과외를 하던 과목은 영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공도 영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어떤 영어교육 시스템에 비교해 봐도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더없이 훌륭한 교육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 잠시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분이 영어 학원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분명 주위에서는 우려를 표했으리라 예상됩니다. 하던 것을 더 잘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을 텐데 그 선택은 또 다른 생소한 길이니까요. 그렇지만 그분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니체가 책 앞부분에서 말한 “그대들은 그대들 감각으로 파악한 것을 끝까지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을요. 그래야 자신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요. 몸의 감각으로 세계를 파악하라던 것을,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지금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고 있는 바로 그것 말입니다.
아마도 그는 투수로서 엄청난 끈기로 익혔을 최상의 감각을 끌어 모아서 타석에서도 충분히 자신만의 감각대로 그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죠. 저의 지인도 오랜 과외 경험에서 그분만이 체득했을 최고라고 자부하는 교육 시스템을 영어 학원에서도 충분히 그 감각을 살려 좋은 교육을 펼쳐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이야기에서 저 역시도 느낀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끈기 있게 해온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스피드 롤러스케이팅을 운동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7년쯤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 이 운동을 하면서 가끔은 빙판에서도 스케이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최근 근처에 아이스링크장이 생겨서 일일 강습을 받아보았습니다. 제가 선수도 아니고 그저 취미로 운동삼아 롤러스케이팅을 하고 있음에도 주위에서는 “한 가지만 잘해라.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 거다”라며 시작도 하지 않은 저의 기를 꺾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말이 듣기 싫거나 원망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체험 수업을 받아보았고 직접 스피드 스케이팅을 해보며 롤러스케이팅과 다른 점과 같은 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롤러스케이팅을 지금처럼 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지 감각적으로 제 몸이 그것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요. 아, 스피드 스케이팅을 내가 원하는 만큼 잘 타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어쩌면 그것보다 더한-왜냐하면 이미 제 몸은 기존 롤러스케이팅을 하기에 최적화된 몸으로 세팅이 되어있기 때문에-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것을 제 몸의 감각은 이미 저에게 말해주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제가 스피드 스케이팅을 새로운 운동으로 선택하느냐 선택하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감각으로 파악한 것을
끝까지 생각해야만 한다
그대들의 세계라고 이름 지은 것,
그것은 먼저 그대들에 의해 창조되어야 한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출처_니체의 자존감 수업_사이토 다카시>
이도류 혹은 삼도류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한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가는 주위의 시선이나 의견 또는 동조압력이 아닌 오롯이 개인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선택했다면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를 통해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감각대로 자신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나가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