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의 월튼 악기점
여행 장소의 스토리텔링을 꿰고 왔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된 두오모 성당. 상상력은 영화 내용으로 재단하고, 영화 음악은 이어폰에 실어 보낸다. 오감은 섬세한 판타지로 갈아입었지만, 현실은 헉헉대며 돌아 올라가는 계단의 압박에 감성마저 소진된다. 달달한 로맨스는 휘발되고, 그 자리를 어드벤처 스포츠가 채운다.
Falling Slowly. 영화 <원스>의 타이틀곡. 이 노래가 점화된 곳은 월튼 Waltons 이란 악기점이다. 서먹했던 주인공 남녀가 건반과 기타를 메신저 삼아 서로의 감정을 번식한다. 노래가 영글수록 둘의 화음은 스캔들을 이룬다. 이 악기점을 방문하는 손님은 크게,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한 이와 악기를 구매하려는 사람으로 나뉜다. 무심히 악기를 연주하고 가는 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영화 속 월튼이란 공간은 호젓했다. 그 분위기를 두 주인공의 앙상블로 불을 지폈는데. 현실의 월튼은 그저 그런 악기점. 내부도 리모델링해서 공간조차 낯설다. 영화의 환영이 순식간에 얼어 깨지는 순간, 누더기가 된 영화 속 스토리텔링은 다시 그 영화를 재생하며 보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