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혼술이 아닌 혼술의 그때.

공덕 족발로 추억 글짓기







지역 근접성 때문에 공덕 족발이 최고는 아니어도 스테디 하게 찾았다. 요즘은 타지에서 호기심에 원정을 온다면 방문하는 정도다. 내가 찾는 로컬 족발집은 딴 곳이다. 약 10년 전, 염리동에 자취방을 구한 친구 때문에 공덕 족발은 1주일에 한 번꼴로 배달해오는 양식이었다. 친구는 직장인이었고 난 대학원생. 친구가 늦게 오면 내가 족발을 사와 미리 방에 세팅했었다. 야근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날. 살이 붙은 다리 하나와 냉장고에서 꺼낸 소주를 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네이트온 메신저를 켰다. 이후 로그인하는 절친에게 말을 걸었다. 혼자 집에 있는 녀석이 발견되면, 그에게 소주 불출을 권했다. 비로소 다른 집, 같은 조건이 성립됐다. 건배를 권하는 대화창 명령어와 함께 혼술 아닌 혼술이 시작됐다. 페이스톡과 같은 화상전화가 없어도, 상상력이 대작의 아귀를 맞춘다. 그 시절 공덕 족발 하면 이 추억이 으뜸이다.

작가의 이전글 학창 시절의 장충체육관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