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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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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한마디로 표현해보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음식은 오감이라는 카테고리를 종합해 결론 내면 되지만, 도시를 평가하는 지표는 과연 무엇일까. 그래서 이 질문은 대답 이전에 평가하는 바로미터를 설명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식으로 도시를 경험하고 말할까. 낯선 도시에 오면, 먼저 하는 행동이 있다. ‘약 1시간 동안 감만 믿고 걷는 거’다. 이 시간만큼은 구글 지도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롯이 눈에 보이는 지형지물만으로 도보가 진행된다. 처음에는 두렵고, 긴장돼서 섣불리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점점 익숙한 길, 조형물, 골목, 상점, 사람들이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도시를 공부하고 배운다. 도시와의 상견례 같았던 1시간이 지나고, 그제야 지도를 열고 정보탐색의 시간을 갖는다. 내가 무심코 지났던 곳이 이 도시의 유명한 관광지일 수도 있고, 반대로 정말 특이하다고 꽂힌 곳은 지도에 상호 조차 찍히지 않을 때도 있다. 모범 정답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마치 시험을 치르고 답안지를 맞추는 심경으로 확인한다. 그렇게 여행의 첫인상은 나조차도 예상할 수 없어서 흥미진진하다.



"베를린은 어때?"


이 질문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 이내 정리되지 않은 이미지를 추려보니 ‘의외로 포근한 도시’로 종결된다. 그렇다고 뚜렷한 키워드가 생각나지는 않는다. 투박한 건물들 때문에 국민성도 건조할 것 같다가도, 막상 마주치면 친절하고 순수하다. 베를린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부사는 '의외로'였다. 의외로 깨끗하고, 의외로 친절하고, 의외로 날씨도 좋고, 의외로 예술적이다. 더 나아가 의외로 '섹시하고 묘하다.'. 이 모든 게 첫인상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리트머스에서 젖어 내려오듯 시간이 지날수록 베를린의 매력에 빠졌다. 무척 아쉬운 건, 떠날 때쯤 그 포인트가 온다. 그래서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베를린을 0순위로 꼽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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