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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로드트래블 <057. 김현식 개인전; 현을 보다>





일시: 2021. 9. 8. ~ 2021. 10. 17.

장소: 학고재     






평면 속에 공간을 드러내보이고 싶은 작가는 오브제로 '레진'을 선택했다. 레진을 바른 평면은 공간을 품게 되었다. <현을 보다>, 김현식 작가.     


사람의 눈을 바꾸는 일인데, 그 깊이감을 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야 말할 것도 없다. 작업 그 이상의 노동을 쏟아붓는데. 일정한 크기의 판에 (에폭시)레진을 붓고 단단하게 굳혀내는 것부터다. 이후 송곳 같은 뾰족한 도구로 그 위에 선을 긋는다. 선의 가늘기가 말해주듯 한두 줄이 아니다. 수없이 선을 그어내는 일이 끝나면 그 판 위에 색을 칠하고 닦아낸다. 표면은 닦이지만 송곳자국을 낸 선을 따라 색은 스며들 게 돼 있다. 여기까지가 ‘한 세트’쯤 된다. 이후 다시 레진을 붓고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이 10여차례란다.     


김 작가가 한 작품에 그은 선을 두고 누구는 1만개, 누구는 2만개라 말한다. 겹겹이 레이어를 얹을수록 깊이감도 쌓여갈 테고. 하지만 어느 순간 멈춰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무게 때문이다. 아득한 공간에만 욕심을 내느라 정작 너무 무거워 벽에는 걸 수조차 없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단 뜻이다. 적절한 ‘선 긋기’는 사람 사는 일에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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