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 | 구례가 품은 로컬의 에너지

부부식당, 책방로파이, 목월빵집









한번쯤은 머물렀을 법한 도시들이 있다. 이름은 익숙한데, 정작 그곳에 대해 기억나는 건 없다. 전라남도 구례군이 그랬다. 지리산 등정 후 하산길에, 혹은 하동 여행 중 스쳐 지나간 기억은 있지만, 머물러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주변에서 구례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귀촌한 사람들의 일상, 섬진강을 따라 난 자전거길, 작은 빵집과 서점 이야기들이 은근히 마음을 흔들었다. 마침 광주에서 열리는 행사 일정이 생겨, 그 김에 구례에 며칠 머물기로 했다.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구례터미널에 내렸다. 기왓장이 올려진 터미널의 외관에 눈을 한동안 맡겼다. 구례에 간다고 하니, 그곳에 어머니가 귀촌해 살고 있다는 지인이 몇 가지 장소를 추천해줬다. 섬진강변의 참게탕집이 제일 첫 손가락에 꼽혔지만, 혼자 먹기엔 양도 가격도 부담스러워서 다른 곳을 찾았다. 그렇게 향한 곳이 <부부식당>이었다.


부부식당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었다. 혼자 온 손님들도 더러 보였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다슬기 수제비와 다슬기 무침, 단 두 가지 메뉴만 취급하는데, 나는 수제비만 주문했다. 수제비가 나오기 전 먼저 나오는 반찬들이 정갈하고도 진심이 느껴져서, 마음이 먼저 풀렸다. 곧이어 나온 다슬기 수제비는 청양고추가 들어가 칼칼한 맛이 돌았고, 국물은 깊고 단단했다. 구례에서의 첫 스타트가 훌륭했다. 다슬기무침도 궁금했지만, 처음부터 무리하진 않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구례 읍내를 천천히 걸었다. 한복판에 작은 천이 흐르고, 그 주변으로 마을이 둘러앉은 구조였다. 한적하고 조용했다. 구례가 주는 이 여유는 ‘소도시’가 아닌 ‘시골마을’이라는 느낌과 더 가까웠다. 그렇게 걷다 보니 목적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책방 로파이>였다.


책방 로파이는 구옥을 개조해 만든 듯한 공간이었다. 밖에서 봤을 땐 조용했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음악과 향이 맞아주었다. 책도 많았고, 주인장이 직접 만든 듯한 메뉴판을 슬며시 건넸다. 그런데 메뉴판 안에서 포르투갈이 말을 걸었다. 포트와인, 그린와인. 낯설고 동시에 반가웠다. 시골 책방에서 이런 조합을 만날 줄이야. 자연스럽게 주인장과 대화가 시작되었다. 포르투갈에 다녀왔었다고 하자, 주인장도 자기 여행기를 들려줬다. 어느 거리, 어느 서점, 어느 저녁의 포도주까지 이야기하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조용한 구례에서 만난 포르투갈은 그날의 특별한 선물 같았다.


책방을 나와 조금 더 걷다 보니, 보라색 외관의 빵집이 보였다. <목월빵집>. 구례의 ‘성심당’이라 불리는 빵집이었다. 보라색으로 칠해진 벽면, 작은 정자와 흐르는 물소리, 구례의 정취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이곳의 빵은 대부분 우리밀로 만들어 가격대가 착하진 않았다. 앉은뱅이밀과 호밀, 백강밀 등을 섞어 만든다는 설명도 있었다. 특별히 선호하는 빵을 생각하지 않고 와서 직원 분의 추천 이야기를 듣고 골랐다. 포장해 온 빵을 숙소 테이블에 깔아놨다. 지나치게 달지도, 과하지도 않은 맛. 무심한 듯 정직한 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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