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 | 구례가 귀촌하기 좋은 이유

빙구례, 구례옥잠










“여긴 마음이 놓이는 곳이에요.” 구례에 내려와 사는 귀촌인들은 그렇게 말한다. 도시의 빽빽한 일정과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친 이들이 자연스레 발길을 옮긴 곳, 바로 이곳 구례다. 말보다 조용한 삶, 빛보다 그늘이 드리운 풍경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 그들의 말에 공감이 갔기에, 나는 어떤 반문도 달지 않았다. 구례는 단순히 예쁜 시골이 아니다. 이곳은 삶의 우선순위를 되돌아보게 하고, 잃었던 마음의 속도를 다시 되찾게 해주는 곳이다.


구례는 지리산 자락에 안긴 고장이다. 개인적으로 산 중에 지리산을 으뜸으로 친다. 나를 품는 아량이 깊은 산이라 생각해서다. 아침이면 산허리에서 피어나는 안개가 들판을 품고, 해가 뜨면 섬진강 물빛이 반짝이며 하루를 연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신을 맞춘다. 그 자연스러움이야말로 구례만의 가장 큰 자랑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구례에 내려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농사를 짓거나, 작은 가게를 열거나,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는 삶을 꿈꾼다. 구례는 그런 꿈을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품어주는 마을이다. 도시에서의 성공 대신,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구례는 충분히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이 고장은 단순한 귀촌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구례는 곧 삶의 자세이고, 돌아가야 할 마음의 풍경이다.


구례를 여행지로 정했을 때, 예전부터 꼭 묵고 싶었던 게스트하우스 <구례옥잠>의 문을 두드렸다. 이름부터 곱고 서정적이다. 밤하늘에 핀 물잠자리 같기도 하고, 잊힌 시간을 담은 꽃의 이름 같기도 하다. 낮은 처마와 기와지붕, 나무의 숨결이 살아 있는 한옥. 이곳은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오래된 한옥을 천천히 고쳐 만든 공간이다. 허물지 않고 살려낸 벽과 기둥, 그 위에 덧대어진 감성적인 취향이 조용히 마음을 건드렸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대표는 서울에서 디자인과 기획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바쁜 도시에서 오래 살다 문득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여행을 떠났고, 구례에서 우연히 마주한 폐가 한 채를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던 낡은 집이, 그의 눈에는 보석처럼 보였던 것이다. 어쩌면 그는 그 집에서, 도시에서 지쳐 있던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구례옥잠이 시작되었다.


내가 묵은 방에서는 오래된 나무 냄새와 햇살이 뒤섞여 있었다. 1인실만큼의 공간,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은 온전한 크기였다. 무인 체크인이었지만, 숙소를 돌아보는 내내 주인장의 취향과 흔적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차분한 시간, 고요한 공간,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골랐다.


다음 날엔 구례 시장 앞에 있는 <빙구례>를 찾았다. 약 10년 전 섬 여행에서 알게 된 동생이 구례에 내려와 연 가게다. ‘빙수’와 ‘구례’를 엮은 이름부터 유쾌하고 창의적이다. 본래 맥주를 만들던 부산 친구였는데, 이젠 어머니와 함께 구례에서 젤라또 가게를 운영 중이다. 일부러 연락하지 않고 깜짝 방문했지만, 친구는 이탈리아 여행 중이라 매장 앞에 서 계신 어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친구 대신 어머니께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간추려 전했다.


빙구례는 그 친구가 구례의 신선한 재료로 제대로 만든 빙수를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구례산 딸기와 매실, 직접 만든 팥, 유기농 우유로 만든 얼음까지. 수익보다는 진심을 담은 맛을 먼저 생각했고, 지역 작가의 그림을 걸고, 소소한 문화 프로그램을 열며 지역과 연결되려 애썼다. 지역을 누비며 일해 온 경험이 많은 그 친구는, 이익보다 순환과 나눔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얼굴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카카오톡 대화로 대신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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