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식당
금요일 오후, 쌍산재에서 나오는 길. 휴대폰을 열자 구례 출신 친구에게서 DM이 도착했다. “오늘 금요일이야, 꼭 가야 해,” 친구는 열심히 소개했다. 금요일에만 열리는 순대집이라며. 순대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보다 더 설레는 제안이 없었다. 순댓국집에 몇 안 되는 귀한 스토리텔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요일만 맛볼 수 있는 피순대가 끝내준다고 했다.
어플에 ‘금요식당’을 검색했지만, 지도에는 당최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원래 ‘금요식당’이던 가게는 최근 몇 년 사이 <한우식당>으로 변경했다. 택시 기사님에게 한우식당으로 가달라고 설명하자, 기사님은 “아, 금요식당 가시게요?”라고 알아채셨다. 로컬들은 여전히 금요식당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이어 “재료가 소진되면 문 닫아요”라고 걱정스레 덧붙였다. 오후 5시,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스쳤다.
다행히 식당 앞에 도착하니 “영업 중”이라는 안내가 있었다. 익숙한 노포의 정감이 흐르고 있었다. 메뉴는 순대와 순대국밥 두 가지 메뉴뿐이었다. 내가 순댓국이 아니라 (모듬)순대를 주문하니 조금 놀라셨다. 혼자 먹기 부담스러운 양이라고 하셨지만, 못 먹으면 포장하겠다고 하고 주문했다. 테이블 앞에는 이미 형님들이 낮술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흐름에 동참하고 싶어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막창 속을 가득 채운 피순대가,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비주얼로 나왔다. 가마솥에서 갓 건져 올린 듯 윤기 흐르는 자태였다. 피순대는 잡내 없이 윤기 흐르는 자태였고, 한 입 베어 물면 씹는 순간 껍질은 쫄깃, 속은 부드럽게 속이 꽉 찬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새우젓 몇 마리를 피순대 속 위에 올려놓으면 감칠맛이 돌았다. 그리고 함께 제공되는 김치 반찬은 순대와 국밥의 맛을 배가시키는 조연이 아니라, 완벽한 주연이었다. 깍두기, 배추김치, 물김치 모두 피순대에서 오는 느끼함을 제어해주기에 충분했다. 역시나 남도식 밑반찬이었다.
왜 하필 금요일 하루뿐일까? 답은 간단했고, 동시에 무겁고 정성스러웠다. 이 집의 순대는 공장에서 찍어낸 것이 아니다. 한 주 내내 손으로 직접 다듬고, 채우고, 삶아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시장에서 장을 보고, 화요일과 수요일엔 돼지 창자 손질에 매달린다. 창자의 잡내를 빼는 데만 이틀이 걸린다. 목요일은 순대 속을 만든다. 선지와 당면, 들깨, 각종 채소를 고루 다져 소창과 대창에 야무지게 채운다. 채워진 순대는 금요일 아침, 동이 트기 전부터 가마솥에 들어간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국물이 우러나는 그 순간부터 식당은 열릴 준비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단 한 번의 장사를 위해 준비된다. 그 일주일의 노동은 단 하루에 응축된다. 그래서 손님은 알게 된다. 이 집의 순대는 그냥 한 끼가 아니라, 한 주의 시간을 먹는 일이라는 걸. 이 집이 금요일에만 여는 건 단순히 ‘희소성’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건 절대 바쁠 수 없는 음식에 대한 태도다. 시간과 손맛, 정성과 집중을 주 단위로 쪼개어 들여야만 가능한 맛이기에, 더 자주 열 수 없다. 그래서 금요일이면 사람들은 더 일찍 몰려든다. 어떤 날은 오후 3시 전에 재료가 소진되기도 한다. 이곳은 일상의 시간을 다르게 쓰는 사람들의 고집과 정성의 성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