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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 | 가을의 문턱, 다시 시작되는 희망의 무대

2025 프로야구 개막전









9월이 시작되었다. 계절의 게임 체인지를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내 관심사는 또 하나가 있다. 내가 응원하는 프로야구 팀이 가을야구에 합류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남들은 이미 해가 저물었다고 단정하지만, 수치상 희미한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잔여 경기 일정과 상위 팀과의 게임 차를 들여다보며 천착을 거듭하는 나 자신을 보면, ‘미련’이니 ‘집착’이니 하는 단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기묘한 끌림이 느껴진다.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면 언제나 머릿속은 야구로 가득 차고, 마음은 늘 경기장 한복판을 서성인다.


문득 올 시즌 개막전이 떠올랐다. 인천에서 열렸던 그 날, 티켓은 이미 전 국민적 열기에 사라져버렸고, 결국 직관은 포기해야 했다. 대신 인천 팀을 응원하는 친구의 집에 모여 대형 TV 앞에 앉았다. 새로 장만한 아파트의 공간은 텅 비어 있었지만, 현관문을 열자마자 시선을 압도한 TV가 경기장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했다. 마치 일식집 주인이 사시미 하나 공들여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듯, 거실 한가운데 자리한 스크린은 팬들을 위한 제단이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의 응원은 거의 현장의 열기와 다름없었다.


시즌을 앞둔 팬의 마음은 겨울 끝자락에 씨앗을 품은 흙과 같다. 눈발이 흩날리지만, 그 속에는 이미 봄의 숨결이 고요히 숨 쉬고 있다. 한 경기가 한 송이 꽃이라면, 시즌은 끝없이 펼쳐진 정원이고, 팬은 그 속을 거니는 여행자다. 희망과 불안, 설렘과 두려움이 한데 뒤엉켜 매 순간이 예언 없는 운명처럼 다가오지만, 결국 그 모든 감정은 ‘함께 걷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귀결된다. 긴 여행의 시작점에서 팬들은 누구나 설렘으로 상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벼가 고개 숙이는 지금 시점에서 그날의 나를 다시 바라보면 어쩐지 안쓰럽다. 수많은 희망고문과 설레발 끝에, 올 시즌은 하위권에서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야구팬의 감정은 묘하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문장이 늘 가슴 속에 살아 있다. 사람 사이의 신뢰는 한 번 깨지면 쉽게 회복되지 않지만, 야구는 다르다. 끝내 잊고, 다시 용서하고, 또다시 병신처럼 사랑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집착을 건강의 증표로 받아들이려 한다.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순간들, 그것이 나의 정신을 가장 찬란하게 살아있게 만드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시즌은 곧 막을 내리지만, 내년이 오면 감정은 또 리셋된다. 그리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희망의 찬가를 부르며, 그 정원으로 들어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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