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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 제주의 민속촌

서귀포 성읍마을








물리적 공간의 변화가 사람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느낄 때가 있다. 유럽은 오랜만에 다시 찾아도 익숙하고 편안하다. 수백 년간 큰 변화 없이 보존된 도시 풍경은 오히려 낯설지 않다. 반면, 내가 사는 마포는 매일이 다르게 변한다. 오래 살아도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고, 정착보다는 통과의 감각이 짙다. 도시 개발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요즘, 우리는 전통 가옥과 유적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광경을 자주 마주한다. 고층 빌딩과 넓은 도로는 현대의 편의를 보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되돌릴 수 없는 상실도 함께한다.


그래서일까. 여행지를 고를 때면 자연스럽게 변하지 않은 마을을 찾게 된다. 제주도의 성읍마을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조선시대 제주 목사의 행정 중심지였던 이 마을은 지금도 돌담길과 초가집, 전통 마을의 배치가 살아 숨 쉰다. 단순한 유적지나 민속촌이 아니라, 여전히 일상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마을이다. 마치 과거의 삶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듯한 이곳은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해외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일본의 시라카와고는 눈이 많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합장양식 초가집 마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개발보다는 보존을 택한 덕분에 이 마을은 자연과 삶, 전통이 하나의 풍경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배우며 감동을 받는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에게 되묻는다. 모든 공간이 개발을 통해서만 가치를 얻는가? 낡았다는 이유로 없애야만 하는가? 우리는 오히려 옛것에서 삶의 지혜와 공동체의 정체성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과거에 머무르자는 의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무엇을 지키고 이어가야 하는지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성읍마을에는 여전히 주민들이 거주하며 마을의 삶을 이어간다. 처음엔 민속촌이나 관광지로 전환된 남해 독일마을이 떠올랐지만, 성읍마을은 여전히 ‘살아 있는 마을’이었다. 물론 민박이나 한달살이 형태의 숙박업소가 늘어나면서 점차 상업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천천히 걷다 보면, 여전히 사람의 숨결이 깃든 일상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 시간이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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