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읍 <카페 콜라>
나는 여백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다. 물건은 나에게 있어 기능일 뿐, 정체성이나 위안은 아니다. 삶을 가볍게 하기 위해 껍질을 벗기듯 하나씩 덜어내다 보니, 이제는 거짓말 조금 보태 조용한 방 한켠에서 햇살 하나로도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 공간은 마치 눈 내린 들판 같다. 누군가 지나간 자국조차 오래 머물지 않는 그런 곳.
그런 나에게 맥시멀리스트의 공간은 하나의 정글이다. 질서 없는 듯 질서가 있고, 어수선한 듯 하지만 그 속에서 주인의 시선이 머물렀던 자취들이 느껴진다. 나는 가끔 그런 숲을 거닐고 싶어진다. 마치 건조한 땅을 걷다가 갑자기 축축한 흙을 밟고 싶은 마음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는 스스로를 환기시키고 싶은 욕망이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주도에 있는 <카페 콜라>를 향한 마음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다. 사진 속 그 카페는 마치 오래된 창고에 수집된 기억들 같았다. 하나하나의 물건은 어느 특정한 시대를 살아낸 조각들이고, 그것들이 모여 만든 풍경은 시간의 레이어 같았다. 나는 그 안에서, 내가 비워낸 시간들을 되짚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맥시멀리스트의 삶은 나에게 과잉이 아닌 풍요로 다가온다. 그것은 나와 다른 세계에 대한 경이이고, 나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내 삶이 단순하고 고요한 연못이라면, 그들의 삶은 생명이 얽히고설킨 밀림이다. 나는 가끔 그 밀림을 바라보며, 내가 선택한 여백의 무게를 다시 느껴본다. 엘지트윈스 유니폼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바라보는 시선의 평온이 이어졌었다.
나는 여전히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간다. 그러나 가끔, 나의 여백에 그들의 혼잡함이 스며들기를 바란다. 그것은 내가 잊지 말아야 할 다른 삶의 온도이고, 내가 비운 자리들에 새겨지는 또 하나의 문장이다.
마지막으로 카페에 대한 이야기 몇 가지 해보자.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시다. 카페 연식을 보아하니 운영 기간이 좀 되어 보이는데, 손님 접객에 관한 권태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더워서 실내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커피 안에 섞인 콜라는 누구나 예상하는 맛이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에 이런 아는 맛이 절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