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 | 도미 사장님이 보낸 리스본행 신호

<루피타 피자리아 Lupita Pizzaria><타임아웃 마켓>






경주여행 중 내가 <도미> 레스토랑 사장님께 포르투갈 여행을 브리핑하자마자, 무조건 여기는 가야 한다는 어조로 피자가게 하나를 숨넘어가듯 추천해주셨다. 본인은 이 피자가게 때문에 리스본을 가고 싶다고 하셨다. 바로 확답을 줬다. 내가 무조건 가보겠다고. 포르투에서 리스본에 도착하고 여러 일정들이 실낫처럼 머릿 속을 흩날리고 있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기억이 그 피자집이었다.


리스본의 테주 강변을 따라 펼쳐진 카이스 두 소드레 Cais do Sodré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공간이다. 한때 선원과 어부, 상인들이 오가던 항구였던 이곳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쇠락과 부흥을 반복하며 지금의 활기찬 모습으로 거듭났다. 19세기 중반, 이 지역은 '레몰라레스 Remolares'로 불리며, 패들 제작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1855년 이후 도시 재건의 일환으로 창고와 주택이 들어서며, 상업과 교통의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중반까지 카이스 두 소드레는 선원과 노동자들이 모이는 거친 항구 도시였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 지역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였다. 특히 2013년, '핑크 스트리트 Pink Street'로 알려진 루아 노바 두 카르발류 Rua Nova do Carvalho의 도로를 분홍색으로 칠하고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조성하면서, 카이스 두 소드레는 리스본의 대표적인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하였다. 오늘날 카이스 두 소드레는 낮에는 테주 강변을 따라 산책을 즐기거나, 리베이라 다스 나우스 Ribeira das Naus에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다. 밤이 되면, 핑크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바와 클럽이 문을 열며, 리스본의 밤을 밝히는 활기찬 장소로 변모하였다.


루피타 피자리아 Lupita Pizzaria는 카이스 두 소드레 Cais do Sodré 지역에 있는 피자집이다. 후기를 보니,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는 웨이팅이 필수라고 해서 일요일 방문인지라 늦은 오후에 방문했다. 문 앞에서 직원 분이 매장에서 먹을지 포장할지를 묻고 매장에서 먹는다면 웨이팅을 적어준다고 말해준다. 나는 내 이름을 말하고 그 옆에서 기다렸다. 오후 4시 30분에 웨이팅을 시작해 약 25분의 기다림을 마치고 홀 안으로 입장했다. 매장은 명성에 비해 좁았고, 작은 테이블 8개 정도가 전부였다. 먼저 맥주 한 잔을 주문했고, 이어 페퍼로니 피자 한판을 주문했다. 맥주는 바로 나왔고, 피자는 약 10분 후에 전달되었다.

이 피자가게는 자연 발효 반죽과 800도 화덕에서 구워낸 정통 나폴리 스타일의 피자를 선보이며, 합리적인 가격대와 뛰어난 맛으로 유명하다. 로컬과 관광객의 치우침 없이 사랑받는 곳이다. 한 입 먹자마자, 이 피자 때문에 리스본행을 고민한다는 <도미> 사장님 얼굴이 떠올랐다. 바로 인스타그램 DM 메시지를 보냈다. 화덕에 잘 구워진 바삭한 도우 식감과 불필요한 풍미 없는 조화로운 재료들의 맛, 페퍼로니라지만 한국인에게는 절대 매운 맛 없이 감칠맛이 돌았다. 혼자서 피자 두 판은 거뜬히 먹고 나올 것 같았다.

피자를 먹고 해안 쪽으로 걸어나오니 익숙한 마켓이 나왔다. 카이스 두 소드레 지역에 위치한 타임아웃 마켓 Time Out Market Lisboa은 도시의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미식 공간이다. 포르투의 상벤투역 옆에서 타임아웃 마켓이 있다. 나는 두 곳 모두 방문했다. 이곳은 2014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타임아웃'의 포르투갈 팀이 기획하여 오픈한 세계 최초의 타임아웃 마켓이다. 타임아웃 마켓은 26개의 레스토랑과 8개의 바, 다양한 상점, 쿠킹 아카데미, 음악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


한때 어부와 상인들이 북적이던 전통 시장 ‘메르카도 다 히베이라’는 이제 시대의 숨결을 머금은 채, 현대적인 감각의 미식 공간인 타임아웃 마켓으로 태어났다. 낡은 기둥과 벽돌 벽 사이로 퍼지는 음식 냄새는 여전히 삶의 온기를 품고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오래된 시간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마켓의 내부는 활기로 가득했다.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리스본을 대표하는 셰프들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힌 간판 아래, 사람들은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한 입 한 입에 집중하고 있었다. 올리브유 향이 고소하게 감도는 바칼라우 크로켓,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오징어구이, 그리고 달콤한 크림과 바삭한 껍질이 어우러진 파스텔 드 나타까지. 이곳은 그저 음식을 파는 시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각으로 기억되는 도시의 연대기였고, 각자의 여행이 교차하는 작은 무대였다.


타임아웃 마켓을 거닐다 보면, 포르투갈이란 나라가 얼마나 다채로운 감각의 땅인지 절로 알게 된다. 미식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 문화의 집합소는 단순한 맛을 넘어, 사람과 도시, 그리고 시간 사이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벽면을 타고 흐르는 음악, 잔잔히 웃음 짓는 사람들의 표정,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노을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한 끼의 순간을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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