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니시나리 | 도시의 접힌 얼굴들

오사카 <도비타신치><마루후쿠 본점>





치안이 좋지 않아서라기보다, 오사카의 ‘제한구역’ 같은 곳과 마주했다. 여행자는 늘 지도를 켜고 다니지만, 도시는 지도에 다 담기지 않는 선을 품고 있다. 경계선은 종종 눈에 보이지 않게 그어져 있고, 그 선을 밟는 순간 풍경은 같은 색을 유지한 채로 전혀 다른 의미를 띤다. 오사카에는 역사적으로 ‘신치’라 불리는 유흥지대가 있고, ‘도비타신치’는 최대 규모의 성매매 밀집지역이었다. 빈곤과 노동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는 아이린 지구와 서로 맞닿아 있기도 했다. 마치 도시가 한 손에 쥔 카드처럼—빛나는 면과 거친 면을 겹쳐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것도 내 얼굴’이라고 조용히 말하는 듯했다.


오전의 빛이 니시나리 골목에 부드럽게 번질 무렵, 도비타신치는 관광지라기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생활 구역 같았다. 나무 외벽과 낮은 처마, 오래된 간판들이 밤의 번잡함을 걷어낸 채 낮의 정적 속에서 더 선명해졌고,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춘 채 바삐 지나가거나—혹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잠깐 발을 멈췄다. 몇 걸음마다 시선이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 사이를 줄타기하게 만들었다. 특히 촬영은 이곳에서 가장 날카로운 금기였다. 골목 곳곳의 ‘촬영 금지’ 표식, 그리고 카메라를 든 사람을 곱게 보지 않는 공기가,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팽팽히 당겨놓았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는 대신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보폭을 줄였다. 기록하려는 욕망이 사람의 삶을 얕게 만들 수 있다는 걸—‘구경’이라는 말이 얼마나 쉽게 누군가의 일상을 상처 낼 수 있는지를—여행은 가끔 이렇게, 뜻밖의 윤리로 가르친다. 그래서 길을 막지 않게 벽 쪽으로 비켜 서서 눈을 반쯤 뜬 채 풍경을 담았다. 누군가의 사생활과 일이 내 발끝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다음, 아주 짧은 몇 걸음 사이에 공기가 바뀌었다. 도비타신치의 묘한 정적에서 벗어나 동물원앞 쪽으로 접어드는 순간, 도시는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것 같았다. 노란 간판 아래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서 있었고, 그 장면은 마치 ‘여기서부터는 살아 있는 소리가 시작된다’고 말해주는 표식 같았다. 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전에 그 흐름에 밀려 <마루후쿠 본점>으로 끌려 들어갔다. 어딘가 우리나라 동묘의 막걸리집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종류의 따뜻함이 거기엔 있었다.


가게는 길게 뻗은 카운터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서 한 잔을 곁들이는 철판 호르몬 집이었다. 나는 안쪽으로 들어가기 괜히 부끄러워 사장님과 마주보는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좁은 동선과 바짝 붙은 거리감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바로 그 밀도가 이 동네의 생활 리듬처럼 자연스러워 금세 마음이 풀렸다. 카운터 너머 철판은 이미 오래전부터 달궈져 있던 듯 뜨거운 숨을 내뿜었고, 주문이 들어오자 사장의 손이 망설임 없이 고기와 내장을 올리고 뒤집고 잘라냈다. 철판에서 튀는 소리와 함께 달큰한 양념 냄새가 공중을 채우며, 방금 전의 골목에서 내 몸에 들러붙었던 긴장을 한 겹씩 벗겨냈다.


나는 메뉴판을 읽지 못해 두리번거리다가, 옆 사람들이 먹는 것을 가리키며 ‘나도 그거’라는 제스처로 메뉴를 정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배고픔과 냄새는 충분히 통역이 된다. 철판에 구운 호르몬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탱글한 탄력과 진한 소스가 혀에 달라붙었다. 사람들은 씹고, 떠들고, 어깨를 살짝 비켜주며, 도시의 한쪽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살아내는 방식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때, 한 방송국이 촬영을 시도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들어오는 순간 공기에는 다시 얇은 긴장이 생겼다. 기록은 언제나 좋은 의도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곳에서는 카메라가 풍경을 남기지만, 어떤 곳에서는 사람을 빼앗는다. 나는 문득 오늘 아침의 골목에서 스스로의 손을 주머니에 넣었던 이유를 떠올렸다. 여행이란 결국 보러 가는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인지도 모른다. 도시의 겹겹이 접힌 얼굴들 앞에서, 나는 ‘많이 본 사람’이 되기보다 ‘조심히 지나간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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