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두바이 | 낯선 중동, 뜻밖의 안도감

중동 항공사 이용후기






중동이라는 단어는 내게 언제부턴가 낯설고, 막연한 공포로 각인되었다. 텔레비전 화면 속 모래 폭풍, 전쟁 뉴스 자막, 수수께끼 같은 문자들이 뒤섞인 그곳은 여행지라기보다 경계선처럼 느껴졌다. 그 땅에 발을 디딘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고, 굳이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익숙한 풍경과 안전한 문화 속에서만 나는 안심할 수 있었기에, 중동은 늘 지도 속 먼 색채로만 존재해왔다.


그런 내가 에미레이트 항공을 처음 탔던 건, 2023년 아일랜드로 향하던 가을이었다. 단지 경유지였고, 단지 비행기였을 뿐이지만, 그 비행은 내 마음 어딘가를 조용히 흔들어놓았다. 기내에 발을 들인 순간, 무언가 달랐다. 우선 좌석간의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었다. 차분하면서도 기품 있는 승무원들의 인사, 자그마한 디테일까지 섬세히 배려된 좌석, 부드럽게 흐르던 아랍 음악. 익숙한 것들 속에 조금은 생경한 향과 색이 녹아있었고, 그 조화는 내가 막연히 품고 있던 중동에 대한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아부다비. 그 이름들엔 뜨거운 햇살과 거대한 사막의 이미지가 어렴풋이 겹쳐졌지만, 공항은 그 고정관념을 천천히 허물었다. 고요하면서도 압도적인 실내 디자인, 이국적인 무늬와 금빛 장식들이 어우러진 공공 공간은 마치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인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유럽과 아시아를 잊는 허브 공간이라서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이동하는 거리가 생각보다 길었다.


라운지 음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절반 이상 요리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고기로 판명되어진 메뉴들 중 일부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나마 양고기로 예상되는 몇 몇 메뉴를 중심으로 공략하기 시작헀다. 라운지 창 너머로 천천히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한 조각 양고기를 입에 넣었다.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과 진한 향신료의 숨결이 어우러진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입맛에 맞고 맛지 않고를 떠나,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 순간 경계했던 나의 모든 저지선이 풀어졌고, 중동음식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그것은 어느 먼 땅의 기억이자 문화의 정수였고, 낯선 여정을 잠시 멈추게 할 만큼의 따뜻한 위로였다. 아랍에미리트 공항의 라운지에서 맛본 그 한 끼는 내게 그런 의미로 남아 있다.


2024년 겨울, 포르투갈행 항공편을 선택하던 날도 그랬다. 유럽행이니 유럽 항공사가 먼저 떠올랐지만, 문득 지난 여행이 떠올랐다. 2023년, 아일랜드로 향하던 길에 우연히 만났던 중동 항공사. 에미레이트의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 그 기억은 내 마음속 어딘가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다시 중동으로 눈을 돌렸고, 에띠하드항공사에 결제하였다. 비행기에 몸을 실은 순간,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올해도, 내가 옳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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