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캄빠냐
여행을 할 때 나는 언제나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곳을 찾는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유명한 명소들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는 그 도시의 일상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에 마음이 간다. 관광지가 아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는 공간. 나는 그런 곳에서 진짜 그 도시의 결을 느낀다.
포르투갈의 포르투도 마찬가지였다. 도우루 강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이나 상벤투역의 타일 벽화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를 오래 붙잡았던 건 조금 더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캄빠냐 Companha> 지역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기차를 갈아타는 환승역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포르투에서 가장 사람다운 풍경이 있는 동네였다. 중심에서 멀어졌다고 해서 볼 것이 없지 않다. 오히려 그곳에는 꾸며지지 않은 삶의 풍경이 있다. 관광지를 벗어나자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낯선 얼굴에게도 가볍게 인사를 건네며, 오후의 햇살 속에서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내가 진정 원하는 모먼트다.
포르투의 캄빠냐 동쪽, 숲과 꽃이 천천히 공존하는 작은 오아시스가 있다. 길 따라 걷다 보면 <Casa São Roque>라는 이름의 옛 저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1759년 지어진 이 집은 원래 넓은 정원에 자리한 귀족들의 사냥용 저택이었다. 2019년, 시청 주도로 복원되어 오늘날에는 세계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전시가 열리며,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방문객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 공간을 만날 수 있다. 하나는 미술과 건축, 저택의 역사를 함께 둘러보는 ‘Casa and exhibition’ 투어이고, 다른 하나는 정원의 카멜리아를 중심으로 한 자연 산책, 와인 한 잔과 함께 흐르는 여운을 즐기는 투어다. 도시의 옆구리에서 천천히 숨 쉬는 이 장소는, 여행자에게 복잡함 너머 고요하고 깊은 시간을 건넨다.
포르투의 북서쪽, 드래건 스타디움이라 불리는 에스타디우 두 드라강 Estádio do Dragão 곁에는 조용히 역사를 품은 공간이 하나 있다. <FC 포르투 박물관>이다. 유럽 축구의 중심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지만, 이 도시의 심장을 뛰게 해온 축구팀의 영광과 땀, 좌절과 환희가 차분히 정리되어 있는 장소다.
FC 포르투는 1893년에 창단되었다. 오래된 이 팀은 단지 축구 클럽을 넘어, 포르투갈 북부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이 되었다. 리스본을 기반으로 한 벤피카, 스포르팅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포르투는 언제나 '중심이 아닌 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증명해온 팀이었다. 그런 뿌리 깊은 배경은 이 박물관의 공기에도 어렴풋이 스며들어 있다.
박물관 내부는 반짝이는 트로피들로 가득 차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조세 무리뉴 감독 시절의 기적 같은 더블 우승, 수많은 타이틀과 컵 대회 우승들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의 진가는 숫자와 기록을 넘어선, 기억의 무게에 있다. 흑백 사진 속 선수들의 눈빛, 빛이 바랜 유니폼, 경기장의 소음을 담은 오디오 아카이브는 단순한 자료를 넘어 작은 서사들이 되어 다가온다. 축구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에게는 감동이 크게 와 닿지 않아 아쉬웠다. 조세 무리뉴 감독 외에는 거의 초면이었다.
박물관에서 나왔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포르투에 사는 지인이 추천한 카페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Von & Vonnie Microroasters>는 포르투 캄빠냐역 근처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작은 카페다. 이곳은 사장 부부의 열정과 철학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그들 이름의 “von”과 “vonnie”를 합친 카페명에서 따뜻한 연대 의식이 느껴진다.
카페 안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벽면의 흰색 벽과 나무 테이블, 로스터기 위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커피 향이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감돈다. 키가 크고 스타일리시한 남성 사장님의 스타일은 무심한 듯 정교하다. ‘계획된 여유’처럼 보여도,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관심은 예리하다. 이방인인 나에게도 꽤 친절했다. 대표 메뉴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싱글 오리진 원두의 필터커피다. 여행자이자 커피 애호가에게, von & vonnie는 포르투에서 한적한 오후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다만 부담스러운 건, 남성 사장님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뜨거웠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