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 | 역사가 행진하던 아침

리스본 <제로니무스 수도원>





리스본에 도착한 다음 날, 나는 리스보아 카드를 손에 쥐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하늘은 유난히도 맑았다. 첫 발걸음이 향한 곳은 리스본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가장 또렷하게 품고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이었다. 고요한 아침의 거리를 달리는 버스에서 리스보아 카드를 처음 개시하였다.

잘 가던 버스가 수도원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정체되기 시작했다. 두 정거장쯤을 남기고 버스는 멈춰 섰고, 답답함을 느낀 몇몇 시민들이 조용히 기사에게 양해를 구한 뒤 버스에서 내렸다. 나도 그 흐름에 따라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기 시작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앞은 이미 수많은 경찰차로 둘러싸여 있었다. 웅장한 국기와 정돈된 병력들, 낮게 울리는 군악대 소리. 무엇인가 큰 국가 행사가 준비되고 있음이 분명했다. 수백 년을 버텨온 돌기둥 아래, 오늘은 또 하나의 역사가 쌓이고 있었다. 나는 제로니무스 오픈런 웨이팅 줄에 서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리스본은 그렇게, 예고 없이 장엄한 순간으로 나를 맞이했다.


리스본의 제로니무스 수도원 앞에서는 매년 포르투갈 국가헌병대, GNR(Guarda Nacional Republicana)의 창립을 기념하는 공식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GNR이 창설된 5월 3일을 중심으로, 상징적인 공간인 프라사 두 임페리우 광장에서 거행된다. 2025년에는 GNR 창설 114주년을 맞아, 5월 6일 오전에 대규모 군사 의장행사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이 날에는 내무부 장관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자리를 함께했고, 순국한 이들을 기리는 침묵의 순간과 훈장 수여의 순간이 나란히 지나갔다. 광장을 가득 메운 병력 뒤로는 말 위에 앉은 기병들이 바람을 가르며 천천히 행진했고, 그것은 마치 오래된 역사의 한 장면이 현재를 뚫고 되살아나는 듯했다. 강렬한 태양 아래 서 있는 사람들 면면의 표정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일사분란하게 서 있는 말들도 가끔 또각또각 제자리걸음을 걸으며 발을 풀었다. 중간에 튀는 행동이 없는 것으로 보아 교육이 잘 되어 있는 말들이 확실했다.

리스본 대서양의 바람이 닿는 자리에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서 있었다. 하얗게 빛나는 석회암 벽은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고, 고딕과 르네상스가 만난 마누엘 양식의 화려한 조각들은 수 세기를 건너온 손길처럼 느껴졌다. 수도원 앞에 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숨을 고르고, 그 아름다움 앞에서 말을 잃었다. “숨이 멎을 듯하다”, “시간이 멈춘 곳 같다”는 관람객들의 말은 그저 과장이 아니었다.

이곳은 단지 오래된 건물이 아니다. 포르투갈의 대항해시대를 상징하는 장소이자, 바스쿠 다 가마의 무덤이 잠든 성지다. 세계유산이라는 이름보다도 먼저, 이곳은 바다로 나아간 용기와 남겨진 이들의 기도가 만났던 출발점이다. 햇살 아래 정문을 통과할 때면, 방문객들은 마치 과거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수도원의 긴 회랑과 정원, 조용한 예배당을 걷다 보면, 바다를 닮은 고요함이 마음을 감싼다.

벨렝 지구의 서늘한 바닷바람을 따라 걷다 보면, 강변 위에 우뚝 선 <벨렝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 위에 띄운 석조 성처럼 보이는 이 탑은, 시간 너머를 바라보는 망루처럼 고요하고도 단단했다. 16세기 초, 포르투갈의 대항해시대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박이었고, 하나의 방패였다. 벨렝탑은 테주 강 하구를 지나는 모든 배들을 지켜보며, 리스본을 향한 바다의 문을 굳게 지켜왔다. 한때는 요새였고, 또 다른 시기에는 세관과 감옥으로 쓰이기도 했다.


마누엘 양식으로 지어진 탑의 정교한 조각과 아라베스크 장식, 바람결에 닿은 감시탑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강렬하게 그 시절을 증언한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머물다 가지만, 벨렝탑은 단지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용기를 품고 떠난 시대의 문턱이며, 이제는 리스본이 간직한 가장 깊은 목소리다.

그러나 탑 가까이에 다다랐을 때, 나를 맞은 것은 그 정문 앞을 막아선 공사 안내문이었다. ‘현재 내부 관람이 불가합니다.’ 짧고 단호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이 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몇 장 더 찍고도 바로 돌아서지 않았다. 나는 다짐했다. 내년에 다시 오리라.




20250506_090503.jpg
20250506_091121.jpg
20250506_091424.jpg
20250506_092338.jpg
20250506_092631.jpg
20250506_093720.jpg
20250506_093728.jpg
20250506_093733.jpg
20250506_093804.jpg
20250506_093922.jpg
20250506_095029.jpg
20250506_095104.jpg
20250506_095251.jpg
20250506_095513.jpg
20250506_095526.jpg
20250506_095926.jpg
20250506_100444.jpg
20250506_100456.jpg
20250506_100618.jpg
20250506_102453.jpg
20250506_102458.jpg
20250506_102759.jpg
20250506_103414.jpg
20250506_10355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포르투갈 리스본 | 비를 피하다 만난 이웃 같은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