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neighbourhood>
리스본의 아침은 종이 위에 수채화를 흘린 듯 흐리고 촉촉했다. 숙소를 나설 땐 몰랐다. 회색빛 구름이 그렇게 마음까지 적실 줄은. 코메르시우 광장 Praça do Comércio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가, 갑작스레 쏟아진 비에 당황해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들었다. 낯선 나라의 아침, 낯선 비, 그리고 낯선 거리. 잠시 그 아래 멈춰 서니, 불현듯 마음 깊숙한 외로움이 스며들었다.
그런데 문득, 바로 뒤에 있던 작은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창 너머로 따뜻한 불빛이 스며 나오고, 오픈 시간이라 하나 둘 손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구글에 상호를 검색해 보니 후기도 괜찮았다. 그 카페의 이름은 <neighbourhood>. 이름부터가 묘하게 따뜻하고 익숙했다. 비를 피해 들어간 그곳은 내가 예상치 못했던 온기를 품고 있었다.
메뉴판을 넘기다 뜻밖의 단어 하나에 눈이 멈췄다. 'Kimchi'. 포르투갈 한복판에서 마주한 이 두 음절은 이상하게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묵은 김치가 들어간 브런치 메뉴. 어쩌면 이방인에게는 별 의미 없을 그 문장이, 나에게는 고향의 풍경과 손끝의 감각들을 되살려 주었다. 반가움에 주문을 하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첫 입을 베어 물었다. 그런데, 의외로 ‘고향의 맛’이었다. 단순한 ‘괜찮음’이 아니라, 분명히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하고도 진한 맛이었다. 묵은 김치 특유의 깊은 산미와 향이, 이 먼 도시의 작은 식탁 위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창밖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불편하지 않았다. 어젯밤에 세운 계획이 흐트러져도 괜찮았다. 우연히 만난 카페, 우연히 발견한 메뉴,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낀 작고 조용한 감동. 여행이란 결국 이런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닐까. <neighbourhood>라는 이름처럼, 그곳은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이웃처럼 나를 받아주었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비 속에서, 아주 뜻밖의 방식으로 마음이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