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카스카이스
포르투갈의 해안도시, 카스카이스에 도착했다. 바람이 부드럽게 얼굴을 스치던 오후였다. 햇살은 따뜻했고, 대서양의 짙푸른 물결은 조용히 부서졌다. 그 순간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우연처럼 다가온 세 명의 한국인 여행자들과 마주쳤다. 우리가 함께 걸은 카스카이스는 단지 지도로만 보던 작은 어촌이 아닌, 고급 리조트가 이국적인 조화를 이루는 환상 속 풍경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그 세련되고도 고요한 장면들 속에서, 그 친구들은 저마다의 미래를 그렸다. 언젠가 이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은 꽤 구체적이었다.
포르투갈의 카스카이스 Cascais는 리스본에서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해안가에 위치한 매력적인 도시로, 풍부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원래는 작은 어촌으로 시작된 이 지역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귀족과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는 휴양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19세기 후반, 포르투갈 왕실이 여름 별장을 이곳에 세우면서 카스카이스는 귀족적인 분위기를 갖춘 고급 리조트 지역으로 성장하였다. 그로 인해 당시 유럽 상류층들이 모여드는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으며,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는 궁전과 저택, 정원 등은 그 시절의 흔적을 잘 보여준다.
카스카이스의 지리적 위치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중립국이었던 포르투갈의 지위를 활용해 다양한 정보원과 외교관, 망명객들이 이 지역에 머물렀고, 그로 인해 ‘스파이들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였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오늘날까지도 도시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었으며, 고풍스러운 거리와 현대적 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을 만들어내었다.
카스카이스는 보카 두 인페르노 Boca do Inferno라고 불리는 해식동굴과 예술적 감각이 묻어나는 갤러리와 박물관 등이 있었지만, 관광하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올드타운으로 걸어갔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올드타운의 골목은 여느 작은 도시와 비슷했다. 우리는 천천히 걷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고, 각자의 입맛과 바람이 어우러져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가 서로 합의를 이뤘던 장소는 호텔 바이아 Baia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바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는 게 주요한 선정 이유였다. 레스토랑 안에는 느긋한 공기가 흘렀다. 각자 먹고 싶은 메뉴 하나씩 고르는데, 나는 혼자 여행하면서 미뤄두었던 해물밥을 선택했다. 테이블에 놓인 그릇 속엔 홍합, 새우, 오징어가 풍성하게 들어 있었고, 국물은 마치 진한 와인처럼 그윽했다. 그것은 분명 술안주에 가까운 음식이었지만, 그 순간은 허기보다 더 깊은 허전함을 채워주는 위로 같았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바로 옆 프랑스 제과점 Paul에서 커피를 Take-away했다. 커피를 손에 들고, 우리는 해변으로 향했다.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라본 대서양은 끝없이 펼쳐진 침묵 같았다. 파도 소리는 음악처럼 마음을 감쌌고, 햇살은 피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바다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여행의 고독은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