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 다시 포르투갈, 더 확실해진 마음





2018년, 처음으로 포르투갈의 땅을 밟았다.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곳에서 나는 생각보다 깊은 감동을 받았다. 여행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도시를 지나쳤지만, 포르투갈은 유독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았다. 그 감정이 착각은 아니었는지 확인하고 싶어 2025년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그 기억을 더욱 단단하게 굳혀주었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내년에도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고, 언젠가는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2018년, 배낭을 메고 3개월간 유럽을 떠돌던 시절, 포르투갈은 나에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도시 중 하나였다. 넉넉지 못한 예산 탓에 현지 음식의 맛을 충분히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이번에는 그 아쉬움을 마음껏 채웠다. 포르투갈 음식은 한국인들에게 적합한 요리들이 많았고, 해산물의 나라답게 그에 상응하는 요리가 풍성했다. 25개국의 유럽을 여행하고, 아일랜드에서도 1년 정도 머물러 살아봤지만, 막상 이민을 생각했을 때 마음이 가는 곳은 많지 않았다. 핀란드는 삶의 여유와 자연이 인상 깊은 나라였지만, 미식의 즐거움은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반면 포르투갈은 미식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 주었고, 그것은 내가 이 나라에 끌리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두 번째 이유는 생활의 여유였다. 포르투갈은 관광지로 많이 알려지면서 예전보다 물가가 올랐지만, 여전히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선 합리적인 편이다. 시장의 과일, 마트의 와인, 작지만 알찬 로컬 식당들. 모든 것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공산품이나 와인 같은 생활의 소소한 사치조차도 이곳에서는 쉽게 누릴 수 있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느낀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도 현지 생활 물가는 충분히 감당할 만해 보였다.


세 번째는 치안이다. 포르투갈은 관광객이 많은 나라치고는 치안이 안정적이다. 깊은 밤, 조용한 골목을 걷더라도 불안함보다는 고요함이 앞선다. 이웃 나라인 스페인과 비교해도 그러하다. 스페인은 정열적이고 활기차지만, 때때로 그 과한 에너지가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게다가 동양인으로서 마주하는 무례한 시선들도 종종 있었다. 반면 포르투갈 사람들은 조용하고 내향적이다. 외모나 배경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한 무관심은 때로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편안했다. 이곳에서는 한 번도 인종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 점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 나라가 고맙다.


이번 여행에서 새롭게 마음에 품게 된 것은 와인이었다. 7년 전에는 포트와인이 내게 달달한 와인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려 주었다면, 이번에는 비뉴 베르드(그린 와인)가 날 흔들어 놓았다. 가볍고 산뜻한 산미, 미세한 탄산감은 무더운 여름날에 마시기 딱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식탁 위에 놓인 소박한 생선구이와 곁들였을 때, 나는 비로소 이 나라의 맛을 제대로 이해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새롭게 발견한 또 하나의 매력은 ‘시간의 결’이었다. 포르투갈은 서두르지 않는다. 거리의 사람들은 급하지 않고, 카페의 주인도 커피 한 잔을 내어주며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있다. 오래된 건물들은 정비되지 않아도 아름다웠고, 바람이 스치는 골목은 그저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분위기를 지녔다. 무엇 하나 과하지 않은 이 균형이 나는 참 좋았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포르투갈은 여전히 천천히 숨 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물론 외국에서 생활하는 미래는 아직은 크게 가능성이 낮지만, 나는 이 나라에서 미래를 꿈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고, 언젠가는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진심이 되었다. 미식과 삶의 여유, 사람들의 조용한 다정함, 그리고 서두르지 않는 시간. 포르투갈은 나에게 그런 나라다. 내 마음속의 두 번째 고향이 되어가고 있는. 아일랜드와 핀란드에게 미안해지는 포인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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